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박근혜 정부의 위기 관리시스템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적으로 살처분 된 가금류의 숫자가 2600만 마리를 넘어섰다. AI발생 이후 최대의 피해다. 지난달 17일 충북 진천에서 올해 처음 발생한 AI는 짧은 기간동안 급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정부는 AI 발생 한 달 만인 지난 16일, 사상 처음으로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 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늦장대응이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정국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대응이 너무 미흡했다. 또 지자체의 안일한 초기 방역 대응과 방역당국에만 의존하는 농가의 방역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AI 최대 피해지역으로 꼽히는 천안시는 최근 정부의 AI 대응메뉴얼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근 아산시와 공조해 별도의 위기대응 매뉴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11일~17일(제51주) 전체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 명당 61.8명으로 집계됐다. 초중고생 독감 환자는 1000명당 152명에 달해 올해 독감의 위력을 짐작케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는 독감 예방접종이 쉽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접종 가격이 저렴한 보건소의 경우는 이미 지난 10월 말 일찌감치 백신을 소진했고, 일부 지방의 민간의료기관들은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지난해 4월 24일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메르스 사태도 정부의 늑장대응이 확산을 키웠다. 첫 환자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2차 감염자가 발생했고, 18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중 38명이 사망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대한민궁의 인구절벽 위기도 오래 전부터 예고됐지만, 정부는 별다른 출산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여파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위기는 언제든 찾아온다.  위기 때마다  과거 정부나 현 정부는 땜질 처방에 급급했고, 국민들이 똘똘 뭉쳐 문제를 해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도 마찬가지다. 진단을 정확히 하고 처방을 내놓는다면 해결하지 못할 위기란 것은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위기를 예방하지도 못했고, 위기가 닥쳐와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정부에 뭘 더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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