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섭 <괴산예총 회장>

 

2016년 한해가 저무는 마지막 층계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매년 이맘때면 1년을 정리하느라 동분서주 하게 된다. 돌아보면 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그 많은 일들 중 한 일이 없는 듯한 생각이 들어 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좀 다른 것 같다. 한 장, 한 장 수첩을 정리하며 영광스러웠던 일, 평생 기억에 남을 일, 기뻐서 환호성을 내지르던 시간을 돌이켜 본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기억이 메모되어있다.

지난 10월, 2016년 충북민속예술경연대회가 충북 제천에서 개최됐다. 괴산예총과 괴산국악협회의 협연으로 준비한 ‘대도둠놀이’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영광스럽고도 기쁜 기억이다.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 심장이 쿵쾅거리며 뛴다.

‘대도둠놀이’란 장사 전날 상가 집에서 하는 일종의 장례놀이로 주검을 싣지 않은 빈 상여를 꾸린 뒤 상두꾼들이 빈 상여를 메고 부모님에 대한 효를 생각할 수 있도록 아들, 딸 등 자손 집을 순회하는 것을 말한다.

빈 상여에는 선소리꾼이 타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구슬픈 가락을 부른다. 대도둠 놀이도 일종의 망자에 대한 극락염원과 효를 상징했던 우리 고유문화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여름은 유달리 뜨거웠다. 그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참고 이겨내며 연습한 것이 본선에서 대상의 영광을 주리라고는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올해에는 좀 더 잘해보자는 의지가 회원들 마음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대회를 위해 문화재 전문위원인 조현순 선생님의 고증을 받으며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이었음에도 종합운동장 마당에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연습하며 큰 소리로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잘했다는 칭찬이 오고갔다. 그렇게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열심히 노력한 결과, 대상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대회 당일이 됐다. 우리 괴산군의 순서는 맨 마지막이어서 긴장 속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나는 경연하는 동안 이 자리, 저자리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점수를 낼 있도록 실수하지 말자고, 연습한 대로만 열심히 해보자고 말하고 다녔다.

공연이 다 끝나고 시상식 순서가 됐다.

담당 공무원은 예감이 좋다는 말만 여러번 되풀이 했다. 전날 좋은 꿈이라도 꾼 듯싶었다.

충북의 11개 시·군이 참석한 가운데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괴산군은 단상에서 ‘대상’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 기를 흔들었다. 수상의 기쁨을 온 군민과 함께하고 싶었다.

감물면에 있는 괴산오성중 학생들의 연풍농악이 학생부 대상을 수상하며 기쁨은 배가 됐다. 충북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대상을 받은 것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인구도 작고 군세도 약한 괴산군이 대상을 수상한 것은 괴산군민의 저력과 의지와, 노력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2017년에는 한국민속예술전국대회에서 괴산군이 충북을 대표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려 한다.

괴산의 위상은 물론 충북의 위상을 전국에 떨치고 오겠다는 각오로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지금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회원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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