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문화재 보호위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제동
충북도 등 1억6천만원 기본계획 용역비만 날리나 ‘전전긍긍’
도·군 “용역결과에 관련사항 추가 보완 등 적극 검토예정”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문화재청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제동을 걸면서 속리산 관광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왔던 충북도와 보은군이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는 지난달 29일 안건 심의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운행이 천연기념물 171호인 산양 서식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하면서 사실상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무산됐다.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해 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총 사업비 460억원을 들여 오색에서 설악산 정상부근 끝청(해발 1480m)까지 3.5㎞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2018년 2월 완공 및 운행예정이었다.

2015년 8월 28일 환경부가 조건부 수용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문화재청이 제동을 걸면서 그동안 천년고찰 법주사를 끌어안고 있는 속리산 관광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해 왔던 충북도와 보은군의 발등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충북도는 청주국제공항을 이용해 제주도와 서울 등 수도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할 묘수로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추진해 왔다.

도는 지난해 8월 법주사 및 군과 협의해 국립공원 속리산에 케이블카 설치계획을 발표했다.

보은군은 같은해 11월 12일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의 첫 단추인 ‘속리산 삭도설치 사업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용역’을 ㈜영원(1억6000만원)에 맡겼다.

군은 이 기본계획 용역 보고서가 완성되는 오는 5월께 민간자본 유치 등을 통해 속리산 정상을 연결하는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본격화 할 구상이었다.

총 사업비 400억여원이 투입될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의 예상 노선은 크게 2가지로, 속리산면 사내리 야영장에서 천왕봉을 연결하는 3.6㎞ 노선과 사내리 수정초등학교에서 문장대로 향하는 4.8㎞ 노선이다.

그러나 보은군은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문화재 보호를 명분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사실상 좌초되자 수억원의 용역비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군은 2004년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나서면서 앞서 2011년에 한 차례 기본설계 용역을 마쳤다.

하지만 기본설계 시간이 오래 지나 개정된 문화재보호법, 산림법, 백두대간법, 공원법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이번에 재차 기본계획 수립에 나섰다.

침체된 속리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 온 도와 군은 용역결과도 발표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속리산은 1970~1980년대 한 해 20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관광인프라 시설 미흡 등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최근에는 60만여명이 다녀가는 데 그치고 있다.

그간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케이블카 설치 장소를 두고 이견을 보여 왔던 법주사 측이 토지 사용에 동의하고 환경훼손을 최소화 하는 조건으로 지역 환경단체도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상황에서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 명목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제동을 걸자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충북도와 보은군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 미칠 사태 파악에 나섰다”며 “양양군도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한 추가계획을 수립해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우리 지역도 용역결과에 관련 사안을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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