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논설위원/강동대교수)

▲ 이동희(논설위원/강동대교수)

아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새벽을 열었을까? 현대 지식화사회는 수 많은 자명종과 핸드폰이 새벽잠을 깨우지만 예전에는 어떻게 새벽을 열었을까? 이런 새벽을 일깨워 주었던 것이 바로 수탉이다. 수탉은 타고난 천부적인 본능에 의하여 새벽의 여명을 느끼고 인간 세상의 새벽을 깨워준 것이다. 이런 닭의 해가 밝았다. 2017년 정유년 새해가 활짝 밝았다. 병신(丙申)년이 어제 시작된 듯 한데, 벌써 1년이 흘러 정유(丁酉)년이 시작되었다. 1년이란 세월이 너무 빨라 세월 가는 것이 무섭다. 아무리 강한 바위도 세월이 지나면 모래로 변한다. 이것이 세월의 힘이 아닌가?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 권불십변(權不十年), 화무(花無)는 십일홍(十日紅) 등과 같은 말이 그나마 유수(流水)와 같은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 하는 말이 아닌가? 엊그제 병신년의 새벽이 큰 설렘과 기대로 시작했었는데 벌써 한해가 지나 새로운 정유년이 활짝 밝았다. 이런 새로운 시작을 의미로 꼭두가 있다. 이런 상황에 적합한 말이 꼭두새벽 이다. 꼭두와 관련된 파생어로 꼭두각시, 꼭두배기, 꼭두식전, 꼭두새벽 등이 있다. 오늘은 신년 초 꼭두와 관련된 복(福)된 말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꼭두는 무슨 의미인가? 꼭두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가장 빠른 시간이나 물체의 가장 윗부분을 지칭한다. 또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가리킨다. 이 단어는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주장도 있고 서양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그 유래야 어찌됐든 꼭두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과 이 세상이 아닌 초월적 세상을 연결하는 존재로 통한다. 기독교나 이슬람교 같은 서양의 종교에서 말하는 천사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꼭두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옛날부터 근대 초기까지 장례식 때 상여에 사용되던 꼭두가 대표적이다. 꼭두각시는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이상야릇한 탈을 씌운 인형 혹은 남의 조종에 따라 주체성 없이 움직이는 사람의 비유하며 괴뢰 로봇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꼭두는 꼭두머리 꼭두새벽과 더욱 친숙하다. 이 꼭두는 공간적 시간적으로도 최상이란 의미인데, 시간적으로 과연 몇 시를 의미할까? 물론 조선 시대 시간의 개념으로 구할 수 있다. 꼭두는 맨 앞이라는 낮의 처음 시작이다. 즉, 낮은 묘시부터 시작되므로 묘시가 시작되는 묘시 1각 정도를 꼭두새벽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시각으로는 오전 5시 1분에서 15분 사이로 서울시 기준이고 동경시 기준으로는 5시 32분에서 47분 사이이다.
  닭들은 꼭두새벽에 꼬끼오! 꼬끼오! 하고 울며 우리의 곤한 단잠을 깨운다. 옛날에는 새벽 닭 울음소리가 자명종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존재였지만 현대인들은 생활패턴이 바뀌어 닭의 울음소리는 예쁜 소음공해이다. 닭은 왜 우는 것일까? 본래 새들이 우는 것은 수컷이 암컷에 대한 구애와 다른 수컷에 대한 영역권의 선언 및 표시로 대부분의 새들은 번식기에 잘 운다. 하지만, 닭은 밤이 되면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느닷없이 적에게 공격 당할까봐 불안해하며 새벽이 되어 날이 밝아 안심하며 기쁨을 알리기 위해 운다고 한다. 하지만 우는 것은 타고난 본능 때문이다. 주로 새벽에 많이 울지만 낮에도 운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닭이 울어야 새벽이 온다고 믿었다. 닭의 울음소리는 인간과 귀신의 시간을 나뉘었고 닭이 울면 도깨비와 귀신들이 물러갔다고 한다. 귀신을 쫓을 때 닭의 피를 뿌리고 물에 빠진 사람의 시신을 찾지 못했을 때 닭을 물에 던져 닭이 우는 곳에 망자의 넋이 있다고 한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초가지붕위에서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새벽이 열려 새로운 아침,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다사다난 했던 병신년(丙申年)을 뒤로  정유년 수탉의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희망차게 시작되었다. 올해는 우리가 원하는 소원이 많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각자의 소원과 더불어 커다란 민족적 소원도 있다. 우리의 소원인 남북통일도 있고 더불어 바라는 소원은 우리의 표준시이다. 일본의 한일병탄에 의하여 이루어진 표준자오선을 중앙선으로 변경했으면 한다. 우리의 자주성과 국민의 주체성 회복도 이루어야 하지만, 우리민족은 국민의 정서 속에 사주팔자(四柱八字)라는 것을 생각하며 인생을 사는데 30분이라는 시차는 요즘 세상에 엄청난 시간 차이다. 하여튼 밝아온 정유년 꼭두새벽 우리 국민가족 모두 원하는 작은 소망부터 큰 소망까지 이루고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정유년 한해가 꼭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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