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 반 영 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올 연말은 박대통령의 최순실게이트 사건 때문에 촛불집회란 단어로 매스컴과 신문이 온통 범벅이 되었다. 연말연시를 맞아 즐거워야 할 모임 자리에 가보면 여기저기서 정치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알콜을 부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라의 문제가 발생하면 촛불집회로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 했다. 그럼 진정한 초의 의미와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초란 가연성 고체인 밀랍이나 기름을 원통형으로 성형하여 그 중심에 심지를 박아 불을 밝히게 만든 등화용 연소물이다. 촛불은 한자로 '촉화(燭火)'라하고 영어로는 candle, 혹은 candlelight 라고 한다. 아름다운 촛불을 '난촉[蘭燭]' 이라고 하고, 촛불의 그림자를 '촉영[燭影]' 이라고 한다. 결혼식 때 켜는 촛불을 '화촉[華燭]'이라 하여?결혼을 '화촉을 밝힌다'라고도 한다. 중세 독일에서 촛불은 '생명의 등불'을 의미하여,생일을 맞은 어린이에게 촛불로 장식된 케이크를 내어 놓는데 이것을 '킨테 페스테'라고 하며, 지금까지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풍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또, 예로부터 촛불은 성당과 법당에서도 성스러운 의식에서도 필수적으로 쓰이며 우리의 전통적인 제사상에서도 반드시 볼 수 있다. 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촛불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초는 몸, 심지는 영혼, 불은 진리이며, 초는 자신의 몸을 태워 밝은 빛을 내어 어둠을 밝힌다. 즉 자기를 희생하여 어둠을 밝히는 진리를 상징하는 고귀한 의미를 부여한다. 동·서양의 종교의식이나 집회를 비롯한 각종 예식에는 늘 초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고귀한 초의 의미로써 성스러운 날을 더욱 빛내고자 한 옛 풍습이 계승된 것이다. 촛불이 지니는 아늑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는 인류 생활과 함께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필자가 30년전 평교사시절 청소년단체의 지도교사를 맡아 수련회를 주관 한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 마지막 날 밤이 되면 어김없이 하이라이트로 촛불의식을 진행했었다. 촛불의식을 진행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청소년들의 흐느낌소리와 말없이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눈에서도 영롱히 흐르는 눈물을 볼 수 가 있었다. 왜 일까? 모처럼 어둠속에서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의지를 불태우기 때문이다. 그 시나리오 일부를 음미해 보자. “해가 저물고 밤의 적막이 온 누리를 짙게 덮고 있습니다. 동이 트고, 다시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리는 하루하루는 날마다 맞이하고 보내는 늘 있는 하루인 것 같지만 오늘이란 꼭 하나밖에 없는 귀한 시간입니다. 어제 본 꽃을 오늘 보았을 때, 달라진 것 없는 똑같은 꽃인 듯 보이지만  조금씩 자라고, 열매가 익고, 잎이 푸르러 지듯이, 모든 것은 변하고 늘 새로운 것으로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텅 빈 마음속을 가득 채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마음의 등불입니다. 이 등불은 나와 우리를 일깨워 주고 나와 모든 사람이 가야 할 꿈을 안내해 줍니다. 마음의 등불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믿음과 의지입니다.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질 때, 마음의 등불은 환히 켜지고 밝은 빛을 비추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소원을 떠올리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기원해 봅시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 마음의 등불에 환히 켜진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불씨가 자율, 책임, 창조, 협동, 봉사, 애국의 6개 덕목별 초를 밝히겠습니다. 이제 밝게 타오르는 불꽃을 다시 우리들의 마음속에 옮겨 영원히 간직하려 합니다. 오늘의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며 타오르는 사랑을 함께 모여 살아가는 우리의 모든 이웃들에게 나누어 줍시다. 따뜻한 손길을 내밉시다. 우리들의 마음으로 이 나라가 보다 밝고 따뜻한 사회가 되길 소망하며 조용히 촛불을 거둡니다.” 요즈음 길거리에선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구슬프게 들린다. 어쨌거나 어김없이 2017년 정유년이 밝아왔다. 우리 모두 며칠 전 내린 첫눈으로 하얗게 변했던 깨끗한 세상을 떠올리자. 그리고 어려운 이웃에게 눈길을 돌려 연탄 한 장이라도 보내주자.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자애로운 한해,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자. 이 희망찬 새해 정유년에는 이 신성한 촛불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만 마음의 등불로 환하게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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