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예로부터 인류 사회는 농업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 꿈의 사회로 변모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불고 있다. 드론, 인공로봇, 자율 주행차, 3D 프린터, 사물인터넷, 바이오(Bio) 등이 우리의 삶을 많이 변화시키면서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된 개념이다. 경제학자이자 정치인·기업가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78세)은 21세기의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사이버물리시스템(CPS)·빅데이터 등이 주도하는 정보혁명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했다.

4차 산업혁명은 기하급수적 속도로 진행되고,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개인뿐만 아니라 경제·기업·사회를 유례없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국가 간, 기업 간, 산업 간, 나아가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은 물리학 기술, 디지털 기술, 생물학 기술이다. 무인운송수단, 3D 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가 물리학 기술을 주도한다면, 사물인터넷은 디지털 기술을, 유전학은 생물학 기술을 대표한다. 주목할 것은 각 분야 기술혁신이 초기 단계이지만 융합을 기반으로 서로의 발전을 증폭시키는 변곡점에 이미 도달해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과 영향은 경제, 기업, 국가-세계, 사회, 개인을 망라한다. 슈밥에 따르면,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은 성장을 고취시킬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불평등을 강화시킬 수 있기에 새로운 형태의 근로계약 및 사회계약을 모색하고, 기본소득과 누진세제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기본소득이란 노동·재산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 제도의 목적은 국가가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근대 이후 토머스 페인, 존 스튜어트 밀 등 여러 사상가에 의해 빈곤에 대한 해법의 하나로 제시됐다. 지난 20세기에는 제임스 토빈, 존 갤브레이스 등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물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등 보수적 경제학자들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그 관리 비용을 줄이며, 선별 복지에 따르는 낙인효과를 방지하는 것을 포함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하려는 의욕을 줄이고, 재원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세금을 올려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정보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제2의 기계 시대’에서 기본소득의 명암을 주목했다. 이들은 기본소득이 경제적 궁핍을 해결해 줄 수 있지만, 사회적 권태와 방탕이라는 위험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핀란드, 네덜란드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에선 녹색당, ‘녹색평론’ 등이 기본소득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제4차 산업혁명의 사회적 결과를 복지제도 강화로만 해결할 수 없다면, 기본소득은 그 대안으로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소득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도록 정한 조세재도인 누진세(Progressive Tax) 제도는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고장 대전은 과학연구단지가 위치해 있어 한국의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권선택 대전시장은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지역의 우수한 인적?물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시로서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인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는 기본소득과 누진세 제도에 대한 언급이 아직까지 없어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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