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우리에게 의사란 무엇이고 병원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준다. 스스로 사부로 일컫는 부용주(한석규 분)는 탁월한 실력을 가진 의사다. 그런 의사가 시골의 작고 보잘 것 없는 병원에서 오로지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의사로서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돈 보다는 환자의 생명이 우선인 김사부와 돌담병원의 가치는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반면 거대병원 원장인 ‘정치의사’ 도윤원(최진호 분)은 의사의 직업적 윤리의식을 내팽개친 패륜적 의사다. 아니 병원에서도 정치적인 의사가 필요하고 그런 정치적 행위가 의사로서의 자질로 인정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최고 의사냐, 아니면 좋은 의사냐’고 묻는 후배 의사 강동주(유연석 분)에게 김사부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라고 우문현답한다.
거대병원 이사장인 신 회장(주현 분)은 자신의 심장이식 수술을 거대병원 의료진에 맡기지 않고 김사부를 선택한다. 가짜 의사가 판치는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의사, 즉 진짜 의사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보내는 시그널은 분명하다. 그 외침은 바로 ‘필요한’이다. 의사가 돈만 알고 정치적으로 놀아나선 안되는 것처럼 정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국민에게 진정 필요한 정치인이 돼야 함을 일깨워 준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 연장선상에서 언론, 언론인도 예외일 수 없다. 오죽하면 기레기라는 합성어로 기자를 비하까지 하지 않나.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해 온 언론인으로서 이런 말이 생긴 것 자체가 서글프다 못해 귀에 거슬린다. 한편으론 세간의 평가와 냉소가 어땠으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생각하면 언론인의 책무를 다 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 김사부 말처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언론이었으면 이런 말을 듣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위안을 삼는다면 이런 와중에서도 최순실 국정농단을 파헤쳐 대한민국 개조를 가능케 했다는 것은 그나마 언론이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병신년, 충북 언론(인)은 참 힘든 한해를 보냈다.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의 대대적 수사를 받아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김영란 법까지 시행돼 한마디로 죽을 쑨 1년이었다. 가뜩이나 울고 싶은 기업들은 뺨 맞았다며 이 참에 지갑을 닫았고 그들의 광고가 존립기반인 지역언론 살림은 더 쪼그라든 한해였다.
또 나 자신부터도 그렇지만, 우물안 개구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 인정한다. 전선(戰線)에서 뭉치기는 커녕 사분오열을 보여줬고 지역 내부에만 엄격하고 외부엔 관대한 찌질함을 드러냈다.
통합청주시 신청사 부지 옆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건이 좋은 예다. 청주 S사는 이 곳에 지하5층 지상4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3동(530가구)을 지으려 했다.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15층짜리 통합청주시청사 옆에 웬 49층짜리 아파트냐는 게 반대의 핵심이다. 신청사의 상징성이 훼손된다는, 달리 말하면 고층 아파트 앞에 쪼그라든 시청사를 보고 있을 순 없다는 시민정신의 발로였다. 도심공동화를 회복하기 위해선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한데도 언론 역시 이들 편에 섰다. 결국 S사는 여론에 밀려 서울의 K사에 사업권 일체를 팔아 넘겼다.
K사는 건물을 헐고 일사천리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S사가 건물 내에 들여놓은 시내버스 정류장을 철거했다. 비가림 등 아무런 대체시설도 없이 정류장 표지판만 달랑 서 있는 광경에서 청주시민을 대하는 K사의 본심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또 있다. 청주 방서지구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한 외지업체는 못 하나도 연고지역에서 갖다 쓸 정도로 지역과의 상생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한 지역업체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충북에선 공공연하게 벌어진다고 개탄한다. 여기서도 언론은 역시 침묵한다.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게 아니다. 우리의 몫을 제대로 찾아 먹자는 거다.
김사부는 진심을, 진실을 말하지 않는 도 원장의 아들인 의사 인범(양세종 분)을 질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두루뭉술한 돌보다는 모난 돌을 선택한다. 그것은 자기만의 스타일, 자기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표어가 말해주듯 언론은 언론일 때가 가장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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