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시집 '다시, 별 헤는 밤'…탄생 100주년 곳곳 기념행사

▲ 윤동주(왼쪽)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산모퉁이 외딴 우물 하나/ 하늘과 구름, 달과 별이 빛나는 우물 위로/ 잎새에 이는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난, 외로운 동주처럼/ 혼자 말없이 우물을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나도 괜히 동주처럼 내 자신이 미워져/ 우물에 돌멩이 하나 던져놓고 돌아가다/ 다시, 문득 우물 속 사내가 그리워집니다"

윤동주(1917∼1945)의 '자화상'을 연상시키는 이 시는 소강석 시인이 윤동주처럼 우물에 비친 자신, 그리고 윤동주를 들여다보며 쓴 '동주의 우물가에서'다.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 '다시, 별 헤는 밤'에는 윤동주의 삶과 시세계를 더듬은 시 54편이 실렸다.

시집은 윤동주에게 바치는 오마주이자 그의 삶을 운문으로 기록한 '평전시'다. 시인은 윤동주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가 못다한 말을 대신 하는가 하면 시로써 생애를 복기한다. 시집은 만주 명동촌에서 태어나 용정으로 이주해 자란 유년기(1부)와 연희전문학교 시절(2부), 일본 유학과 순국(3부) 등 연대기 순서로 묶였다.

"그러나, 동주여/ 님의 별 헤는 밤의 시가/ 이 도시 어딘가/ 잠 못 드는 이의 낮은 숨결로 낭송되고/ 외롭고 쓸쓸한 자의 가슴에서/ 밤새 헤아리고 싶은 밤하늘 별로 빛나고 있다면// 우리의 밤은 어두운 암흑으로 갇히지 않고/ 다시, 별 헤는 밤이 되어/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와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겠지요" ('다시, 별 헤는 밤' 부분)

윤동주가 타국에서 창씨개명을 부끄러워하며 제 이름자를 써보고 덮어버린 '별 헤는 밤'은 한 세기 가까이 지났다. 그러나 그의 시는 우리 가슴 속에 푸른 별로 떠올라 영원히 지지 않는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대가 어둡고 탁할수록 윤동주의 순결한 성찰의 시심은 더욱 빛난다.

"윤동주 이후/ 우리 모두는 가슴에 시 한 편 가졌다/ 아무리 시에 관심 없고/ 문학에 문외한인 사람일지라도/ (…)/ 우리의 지저분한 마음을/ 가혹한 상처를/ 씻을 수 없는 후회를/ 위로하고 닦아주는 시 한 편 가졌다" ('서시, 이후…' 부분)

시인은 "처음에는 내 안에 윤동주를 끌어들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윤동주 안에 들어가서 심연의 우물가에서 시를 쓴 것"이라며 "졸작이지만 윤동주 시의 제단에 불쏘시개라도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올해 문단 안팎에서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연중 열릴 예정이다. 우선 소강석 시인은 8일 오후 7시 자신이 목사로 있는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추모음악회를 연다. 윤동주의 6촌 동생인 가수 윤형주가 출연한다.

한민족평화나눔재단과 한국문인협회는 이달 2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류양선 가톨릭대 명예교수와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이승하 중앙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 윤동주의 시세계와 민족정신을 재조명한다.

한국작가회의는 4월말께 심포지엄과 함께 공연 형식의 문학의 밤 행사를 연다. 윤동주의 친필 원고가 보존됐던 전남 광양시도 7월께 학술행사와 음악회로 윤동주를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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