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 철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도시, 청주를 그린다

▲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과 이강희(지휘자)·서윤진(메조 소프라노) 한국교통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3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철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도시, 청주를 그리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최지현>

■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얼굴’에 향수 등 여러감정 담겨 좋아
 시들어가던 생명력 소생하는 느낌
 한국문화 음악성 ‘판소리적’
 각자 소리내며 자생적 조화 생성하는
 한국인 하비투스 특성서 오는것 같아

■  서윤진  메조 소프라노
 울적할 때 좋은 멜로디·가사 ‘위로’
 사람 목소리가 가진 치유의 힘
 
■  이강희  지휘자
 첼로하다 아버지 영향받아 지휘 시작
 음악으로 누군가에 감동 주는일 행복
 지휘자는 단원들 인격적으로 받쳐줘야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이 이강희(지휘자), 서윤진(메조 소프라노) 한국교통대 교수를 만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좌담은 지난해 6월 동양일보와 CJB청주방송, 월드비전 충북본부가 개최한 ‘사랑의 점심나누기 후원감사행사’의 일환인 ‘2016 사랑나눔가요콘서트’ 공연장을 찾은 김 주간이 지휘를 맡은 이강희 교수와 ‘얼굴’을 부른 서윤진 교수와의 만남을 요청하며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3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 내용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김태창 동양포럼 주간 “두 분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지난해 연주회에서 받았던 감흥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기억한다기 보다 그 감동이 지금도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클래식이 몸에 밴 분들이 그 경지를 넘어 가곡을 부르게 되면 클래식의 좋은 점과 가곡의 생동력이 결합돼서 독특한 음감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성악을 하시는 분들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 한국의 팝퓰러 뮤직을 잘 조화시키면 대중의 음악적 감지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생산자 입장에서 작곡가와 지휘자, 싱어 중심의 음악이라는 인간적 영위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옛날처럼 몽매한 대중을 계몽시키는 엘리트의 음악이 아니라 청중과 함께 즐기는 음악의 시대가 온거지요. 청중도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거든요. 청중의 귀높이에 맞는 음악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민중들에게 파고들어 그들의 삶에 맛을 더하고 삶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음악이야 말로 이 시대의 요청이 아니겠습니까?”

▷서윤진 한국교통대 교수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중 좋은 일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데요. 마음이 울적할 때 성가대에서 좋은 멜로디에 좋은 가사의 찬송을 들으면 설교 말씀보다도 그것에 위로와 치유를 받고 와요. 바로 사람의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김 주간 “찬송가가 대개 클래식 음악을 다시 편곡한 것이 많지 않습니까?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서양 클래식음악과 친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휘자가 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하도 완강하게 반대하셔서 할 수 없이 꿈을 접었어요. 나중에 제 책이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나오기도 했는데 제 책을 읽은 사람들이 저보고 혹시 음악을 하셨냐고 묻더군요. 철학적이라기보다 음악적인 특징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가령 작곡기법의 기본인 대위법 같은 것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실 지휘자가 되려고 공부도 했는데 도중에 포기했다”고 하니까 이해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음악에 남다른 관심이 있고 미련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6월 행사 제목을 ‘가요콘서트’라고 했는데 저는 가요콘서트라기 보다는 ‘가곡의 밤’이라고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들이 부르신 노래는 가요라기 보다는 가곡아니었습니까?”

▷이강희 한국교통대 교수 “예전부터 건전가요를 모아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성악가들이 가요는 잘 안 부르려고 하지만 건전가요에 향수가 있는 어르신들이 많으니 좋은 노래만 모아서 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예산이 적어 오케스트라를 쓰고 편곡까지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공연이니 하자고 많은 분들을 설득했어요.”

▷김 주간 “잘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느낀 거지만 지휘자나 싱어들이 모두 얼을 담아 연주하고 노래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원래 서윤진 교수님이 부르신 ‘얼굴’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해요. 교수님이 부르신 노래를 듣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온몸에 스며드는 감동을 느꼈어요.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 보니 때로 고독하고 사람과 소통이 잘 안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에 떠오른 것이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었어요.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잘 떠오르지 않아서 안타깝기도 했거든요. 슬프도록 그리운데 그 모습들이 막연하게 상상될 뿐 뚜렷한 모습을 갖추지 않은 것입니다. 그 노래에는 비애, 향수, 동경, 애모 등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어요. 교수님께서 부른 노래가 제 마음에 다가와서 저의 몸과 마음과 넋 속 깊숙이 스며들어 메말라가던 생명력을 촉촉이 적셔 주는 것을 느꼈어요. 오랜만에 시들어가던 생명력이 소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꼭 뵙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제가 좀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서 교수님은 이태리에 가서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개 성악을 전공하신 분들이 이태리에 유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 교수님은 그곳에서 어떤 음악인을 만나셨습니까? 가장 좋아하신 분은 누구였습니까?”

▷서 교수 “카티아 안젤로라는 불가리아 여성분이십니다. 제가 이태리에 머무는 동안 개인 교습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소식이 끊겼어요. 아마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가 뵈었을 때 60대 후반이었고 떠나온 지 20년이 됐으니까요. 메조 소프라노이신데 저에게 영향을 많이 주신 분이에요. 제가 공부해야 하는 레퍼토리를 잘 선정해주셨고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곡들을 마음껏 주셨어요. 불가리아인이지만 이태리 기자와 결혼해 정착한 분인데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개관했을 때 개관 오페라인 ‘아이다’의 주연을 맡아 한국에 오셨었다고 했어요. 그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정열을 가진 분이어서 제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본인의 자녀분들이 없어서 제자들에게 애정이 깊으셨어요.”

▷김 주간 “제 의문이 하나 풀렸습니다. 사실 실례될까봐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저의 경험으로는 이태리 음악의 특색이 경쾌하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데가 있고 그것은 다분히 지중해적 기후의 영향-항상 따뜻하고 쾌청한 기후-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서 교수님의 노래에는 어딘지 애수가 깃들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비이태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감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불가리아는 어떤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데가 많다고 느꼈던 나라입니다. 사람들은 가난하고 오랫동안 독재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슬픔 가운데 희망을 갖고 꿋꿋이 살아갑니다. 아마 그 불가리아 여성이 선생님에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전한 음색 또는 음향이 선생님 몸과 마음에 배어들어 이태리에서 공부했지만 이태리 보다는 동유럽적 비애미를 체득하신 듯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적 한(恨)의 정감과 통하는 데가 있다고 저는 늘 느껴 왔거든요. 폴란드나 분열 이전의 유고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알바니아 같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거기서 들었던 민족음악들에도 한결같이 깊고 진한 비애감이 감돌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저의 한국적 비애감에 젖어드는 공명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서유럽의 끝머리에 위치한 포르투갈의 파두(fado)였습니다. 리스본시의 한 가운데 있는 카페에서 들었던 파두의 애절한 음향은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저는 서 교수님의 노래에서 동유럽적인 것과 함께 파두적인 음향과 음색, 음율을 느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서윤진 메조 소프라노

▷서 교수 “제가 처음 유럽 갔을 때 여러 선생님을 많이 만났는데 카티아 안젤로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만나서 배웠던 분은 폴란드 여자분이었어요.”

▷김 주간 “폴란드는 제가 인연이 많은 나라입니다. 폴란드의 바르샤바 공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쇼팽의 탄생지를 공원으로 만든 데가 있는데 거기에 가면 24시간 쇼팽의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한번은 두어시간 거기서 머물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쇼팽 배지를 하나 사서 저의 양복 깃에 달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바르샤바 공항에서 무슨 사고가 났는지 출국 과정에서 신체검사가 아주 심했습니다. 그런데 제 차례가 되었는데 대뜸 “당신은 쇼팽을 좋아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라고 되물었더니 배지를 보고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냥 가라고 하는 겁니다. “쇼팽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쇼팽은 폴란드인의 자랑이고 희망입니다”라면서요. 폴란드 사람이 쇼팽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한다니 같은 형제가 아니냐는 겁니다. 그런데 서 교수님의 노래에서 어딘가 동유럽적인 애절감을 느꼈기 때문에 제가 잘못 들었나 했지요. 이강희 교수님께서는 미국에서 공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독일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 클래식이라면 독일의 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요. 그건 독일적인 것이지 세계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말이지요. 지휘자라면 독일사람 또는 독일계 지휘자와 비독일계 지휘자로 나누어서 생각할 정도로 독일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어떻게 미국에 가서 공부하게 되셨습니까? 또 미국에서 어떤 분을 만나셨나요?”

▷이 교수 “특별히 미국을 가게 된 것은 아니에요. 사실 저는 악기 제작에 대한 연구 등 다른 공부를 하려 했는데 우연찮게 1988년 미국을 가게 됐어요. 그곳에 가서 처음 만난 사람이 차인홍 미국 오하이오주 라이트주립대 부교수인데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셨습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저는 원래 첼로를 전공했는데 아버지(이상덕 청주시립교향악단 초대 지휘자)의 영향을 받아 지휘를 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아버지 외에 지휘하는 사람이 없었고 지휘에 대한 관심들도 없었어요.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지휘를 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부족함을 느껴 러시아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고 아버지가 하는 것을 그대로 답습하게 됐죠. 아버지는 청주관현악단을 창단하고 청주시향으로 바뀌기까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일하시고 퇴임하셨어요. 제가 충청필하모니 창단 공연을 하는 날이었어요. 당시 아버지는 노인 병원에 계셨는데 몸을 가누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해 지내시던 분이 청주예술의전당까지 앰뷸런스를 타고 오신 거에요. 병원에서 아버지가 너무 원하시니 환자복을 입고 오신 거지요. 사람들은 사고가 났는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그렇게 제가 하는 것을 20분 정도 잠깐 보고 가셨는데 다음날 가니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하시는 거에요. 굉장히 좋아하시고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을 항상 지적해 주시곤 했어요. 당시에는 지적을 듣기 싫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어 아쉬워요. 저희가 연 음악회에 대해 좋게 평가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하는 음악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김 주간 “이상덕 교수님이 아버지이시라구요? 저도 친숙하게 지냈던 분이신데 그분의 아드님이라니 반갑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지휘자가 되셨으니 저승에서도 흐뭇하시겠습니다. 그런데 이 교수님께서는 원래 첼로가 전공이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교수 “첼로는 성악에 비유하면 메조 소프라노거든요. 사람이 말하는 톤과 포지션이 비슷해요. 때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지도자처럼 억누를 수 있고 때로는 감정을 건드리면서 위로하는 매력이 있어요. 너무 높은 소리면 경계하는데 편하게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되잖아요. 그날 만약 소프라노가 ‘얼굴’을 불렀다면 특별한 감동이 없었을 거에요.”

▷서 교수 “보통 ‘얼굴’을 소프라노가 많이 불러요. 신기복 선생님이 작곡하실 때 소프라노용이었어요.”
▷김 주간 “개인마다 그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저 자신은 여성의 노래는 메조 소프라노가 좋은 것 같아요. 때에 따라서는 코로라투라가 좋기도 하지만 그것은 특수한 가수의 특수한 노래에 한해서입니다. 악기로 말하면 관악기가 제일 좋고 그 다음이 현악기이고 타악기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아요. 특히 관악기가 좋은 것은 사람의 호흡이 흠취되어 소리를 내는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호흡=숨=얼=근원적 생명력이라는 저 나름의 생명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는 악기관이 있어서입니다. 줄을 타거나 물체를 때려서 내는 소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있어서입니다.”

▲ 이강희 지휘자

▷이 교수 “현악기는 비브라토가 있잖아요. 때로 비브라토를 격하게 하면 사람들 마음이 동하고 느리게 하면 편합니다. 피아노는 비브라토 없이 음을 유지하잖아요. 피아노는 좋은 곡들이 많고 단선율이 아니고 다선율이긴 한데 아무래도 그래도 현악기가 피아노 보다는 좋죠. 현악기의 장점이 혼자 하기도 하지만 대개 여럿이 하잖아요. 인간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앙상블을 하면서 자기 소리를 듣고 남에 대한 배려도 합니다. 피아노는 혼자 연습하고. 앙상블도 피아노 여러 대 가지고 놓고 하기가 어렵잖아요. 피아노 하는 사람이 좀 타협이 없고 외곬수라는 단점이 있어요.”

▷김 주간 “피아노는 대표적인 타악기인데 저의 악기 선호도에서는 제일 낮은 편에 속합니다. 너무 튄다고나 할까? 자주적이지만 잔잔하게 울려오는 음감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엉뚱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지휘자란 무엇하는 사람이라고 이 교수님께서는 생각하십니까?”

▷이 교수 “전에는 지휘자가 하는 일이 단지 박자만 맞추는 것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실은 할 일이 너무 많은 겁니다. 음악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 다른 사람들을 모아 관객에게 전달하도록 해야 하는 거죠. 지휘자를 단원들이 인격적으로 믿게 하고 여러 능력을 발휘해야 단을 이끌어갈 수 있어요. 토스카니가 원래는 첼리스트였다고 합니다. 지휘할 생각도 없었는데 어느 날 지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바람에 갑자기 단원이었다가 지휘자가 됐대요. 그런데 애경사를 많이 쫓아다니고 궂은 일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번스타인처럼 실력이 출중한 음악가가 아니라 좀 부족하더라도 토스카니처럼 인격적으로 단원들을 잘 받쳐주면 훌륭한 음악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음악성이 좀 부족하더라도 오케스트라를 끌고 가려면 그런 것이 더 절실하더라고요.”

▷김 주간 “혹시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는 생각할 수 없나요?”

▷이 교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고에서 차이가 많이 나게 됩니다. 제가 첼로를 할 때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트리오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서로 생각이 너무 달라 힘들었고 그 연주를 한 이후로 같이 트리오를 한 적이 없었어요. 그만큼 생각이 다르고 다듬어지기 힘들기 때문에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연주하면 어떤 분은 낙엽에서 희망을 보고 누군가는 절망을 보는 것처럼 다르기 때문에 지휘자가 없으면 어렵겠지요.”

▷김 주간 “왜 제가 엉뚱한 질문을 드렸는가 하면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철학을 하게 돼서 그런지 음악에 대한 집착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철학 대화의 모임을 주재하면서도 그 나라 그 민족의 음악의 특색을 살펴보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는 가운데서 막연하게나마 스스로 감지하게된 것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독일과 일본에서는 오케스트라적인 음악과 그것을 선호하는 국민성이 돋보이고 이태리와 한국에서는 저마다 따로따로 소리내서 그것이 자생적으로 이어지는 음악과 그것을 선호하는 국민성이 현저하다는 일종의 비교음악론이요 그것과 깊게 연결된 비교국민성론같은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악기를 통해서 절대 음악에 접근하려는 것이고 또 한쪽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 하늘의 음성을 들으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거지요. 오스트리아의 윈-일명 비엔나-에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독일 철학의 최고봉인 헤겔이 오스트리아 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날마다 오페라 하우스에 가서 로시니의 오페라만 들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을 ‘악성’, ‘음악의 성인’으로 추앙하고 교향악의 최절정이라고 칭송하고 있는데 헤겔은 베토벤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윈까지 가서 로시니의 오페라만 듣고 있어서 사람들이 의아하게 여겼다는 겁니다. 그런데 헤겔이 자신의 아내에게 쓴 편지에 ‘만약 기회가 허용된다면 나는 더 체류기간을 연장해 로시니의 오페라 음악을 계속 듣고 싶다. 로시니의 음악에는 인간의 영혼이 살아있다’고 자기 속내를 드러냈다는 겁니다. 기계를 아무리 정밀하게 만들어서 독일 사람이 자랑하는 절대음에 육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진짜 중요한 것은 영혼이 깃든 인간의 목소리라는 것이지요. 독일이 후진국이었거든요. 주변 나라들로부터 경멸을 당해 왔기 때문에 독일이 후진국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여 결국 모차르트, 슈만, 베토벤 등의 음악가를 키워 냈지요. 그런데 오로지 기계만으로 소리를 내는 교향곡을 써 온 베토벤도 결국 제9교향곡에 가서는 ‘합창’-즉 인간의 목소리-를 넣게 되지 않았습니까? 제가 일본 교토대학에서 강의하는데 니시타 기타로라는 일본 철학의 최고봉이 “서양 문화는 조각적이고 일본 문화는 음악적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 문화는 어떻냐는 질문이 나와서 “일본 문화와 한국 문화가 음악적이라는 공통점을 거론할 수 있지만 일본 문화의 음악성이 교향악적인데 비해서 한국 문화의 음악성은 판소리적이다. 그것은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단결되는 일본 사람들의 에토스를 반영하는 것과는 달리 특정 지휘자의 지휘가 없는 곳에서 각자가 자기 소리를 마음껏 내는데서 어떤 자생적 조화가 생성되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의 하비투스의 특성에서 오는 것 같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이 교수 “서윤진 교수님에게는 독특한 칼라가 있어요.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는 독특한 마력 같은 것 말입니다. 그게 참 매력적이에요.”

▷김 주간 “저도 그동안 이태리에 가서 오페라를 여러 번 들었는데 이태리 오페라 가수에게 그저 잘 한다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감흥은 느꼈지만 감동까지는 느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서 교수님의 ‘얼굴’을 듣고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날 공연이 끝나고 집에 와서 서 교수님을 통해 이태리 노래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요즘 ‘넬라 판타지아’라는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테마가 제가 추구하는 철학의 방향과도 맞아요.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큰 불행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영혼이 식민지화되는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몸과 마음이 어떤 이데올로기나 개인 또는 집단의 식민지가 되는 것도 비극의 시작이지만 그 보다 더 큰 비극은 영혼의 식민지화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동안 전개해 온 철학대화 모임은 한 마디로 영혼의 탈식민지화를 지향하는 저 나름의 노력이요, 절규요, 호소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집합 체험을 체득해서 제 나름으로 표출한 것입니다. 그 철학의 핵심에 걸맞는 노래말과 마음에 감흥을 일으키는 멜로디로 이루어진 노래가 넬라 판타지아여서 아주 좋아하게 됐습니다.”

▷이 교수 “그런데 최근 학교에서 음악 시간이 줄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클래식 보다는 실용음악이 중심이 되고요. 점점 더 음악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서 교수 “클래식을 좋아하면서도 그것은 전공이 아닌 취미 생활로 하는 경우가 많죠. 밥벌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김 주간 “음악을 해봐야 밥벌이가 안 된다는 말은 저도 아버지께 들은 설교였습니다. 밥벌이는 다른 일을 통해 하고 음악은 취미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음악은 저의 삶이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근원적 생명력의 원초적 표현이기 때문에 음악과 삶을 분리시키는 사고방식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인간의 삶에는 음악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음악 하시는 분들이 생각을 바꾸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딘지 귀족 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을 품격이 떨어지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 한편에서는 덮어놓고 대중 속을 파고드는 사람들은 클래식의 품격을 아예 무시하고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골라서 무조건 돈벌이를 하거든요. 한편은 고고한 귀족, 한편은 속된 음악. 어느 쪽도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제가 청주에 돌아와서 펼치고 있는 일이 ‘철학하는 백성이어야 산다’를 주제로 한 철학 운동입니다. 이제는 음악을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만들기 위한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만나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음악은 일부 사람들이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하게, 의미 있게, 보람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음악의 힘이며 이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어요. 내년에는 청주가 이때까지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생명문화도시라는 구호만으로는 안 됩니다. 삶의 보람이 실감되는 도시 청주, 생명력이 고루 소생되는 도시 청주, 생명을 고취시키는 철학이 있고 음악이 있고 미술이 있는 도시 청주가 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이 교수 “저의 아버지께서 청주관현악단을 창단하시고 청주시향으로 바꾸신 것이나 저 자신이 충청필하모니를 창단하게 된 것이 모두 지금 말씀하신 것과 통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악으로 인간이 행복해지는 도시 청주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습니다.”

▷서 교수 “물론 연주하고 돈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연주하고 아무리 많은 돈을 받는다 한들 관중들의 반응이나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게 뭐가 좋겠습니까. 사실 요즘 음악인들의 마인드는 관중이 누가 됐건, 얼마나 있건 그들이 만족하고 감동 받으면 족하다는 마인드로 많이 바뀌었어요. 아까 김태창 교수님께서 걱정하셨던 음악인들의 귀족적 마인드는 염려를 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일하는 분들이 이러한 음악인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동요 몇 곡으로 끝나는 음악이 아닌 대학의 교양에서도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다시 돌아왔으면 합니다. 청주에서만이라도 먼저 음악을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의 기저에 놓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교수 “옛날에는 지금보다 음악의 장르도 적었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적었지만 다방이나 중앙공원에 전축을 빌려서 갖다놓고 음악 감상회도 정기적으로 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도 할 수 없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있어 참 아쉽습니다.”

▷김 주간 “저도 어느덧 80세가 넘고 보니까 나이 많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새벽 3시에 일어나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은 해가 늦게 뜨니 일어나 책을 읽다가 날이 밝으면 밖에 나가 쓰레기를 줍습니다. 그것도 하루에 한번으로는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서 세 번씩-이른 아침, 점심식사 후, 그리고 저녁 식사 전-쓰레기를 줍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나쁜 사람이 이런 것을 길에 버렸나 했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까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그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은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을 도울 방법이 별로 없으니 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방법으로 도와주자라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삶속에서 아름다운 환경을 좋아하는 심성이 제대로 키워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것은 음악이 없는 인생과 연관이 있어요. 좋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고 정화된 마음은 아름답고 깨끗한 생활환경을 선호하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 주변에 쓰레기나 더러운 것이 있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음악을 아주 아주 좋아하는데 음악이 가지는 영적 정화력·정화력·감화력·소생력을 실감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날마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무슨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청결에 대한 갈구가 솟구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제가 좋아하는 노래와 그림의 효과가 아닌가 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서 교수 “음악을 좋아하면 영혼이 깨끗하게 된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기교나 악기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노랫말을 얼마나 잘 전달하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잘 전달되면 감동이 옵니다. 한국가곡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곡의 노랫말이나 감정을 전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사실 한국 가곡보다 아리아가 더 편하거든요. 그냥 부르기만 하면 되니까요.”

▷김 주간 “저는 ‘비목’, ‘선구자’, ‘가고파’라는 곡들처럼 우리 민족의 애환을 승화하는 곡들이 좋은데 요새 젊은이들은 다른 것 같더군요.”

▷서 교수 “가사가 직설적으로 변했죠.”

▷김 주간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면 주장이나 선전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감화력이나 치유력은 감소되지 않나요?”

▷서 교수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이 교수 “저는 악기를 다루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람이지만 성악이 사람의 목소리를 전달하니 감동이 더 빠르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오케스트라만 연주하는 것보다 사람의 목소리가 가미될 때 그 감동이 더 빠르게 다가갑니다. 그래서 저는 성악을 좋아하고 성악가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김 주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런데 제가 사람의 목소리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악도 그렇지만 대화를 계속 하다보면 목소리에 따라 발언자의 품격과 품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사람의 목=숨통은 신이 만들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관악기입니다. 거기서 울려나오는 소리가 목소리인데 얼마나 진실된 얼이 흡입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감화력이나 치유력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 그렇고 철학대화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너무 메말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목소리도 너무 거칠어지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 목소리보다는 몸을 흔드는 쪽에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것 같습니다.”

▷이 교수 “길거리에 가보면 음악을 틀고 춤을 추고 있는데 다리는 뛰지 않아요. 무거움을 나름대로 몸으로 표현하면서 즐기고 있는 모습이 애절해요.”

▷김 주간 “노벨상을 탄 밥 딜런은 제가 유학할 당시 미국의 영웅이었어요. 그 사람의 노래 가사가 너무 좋아서 어느 미국 남부 대학에서는 밥 딜런의 노래 말로 시론을 강의하기도 했어요. 일반적으로는 밥 딜런이 무슨 시인이냐고들 하는데 노벨상이 그러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노래로 세상을 바꿨다는 의미에서 밥 딜런에게 노벨상을 준거죠. 저는 철학과 음악으로 청주를 새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서 교수 “중국 사람들이 청주를 경유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청주에서 며칠 쉬고 음악을 듣게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게 하려면 청주가 음악의 도시로 탈바꿈되어야 하겠지요.”

▷김 주간 “잘츠부르크에 가면 한국에서 듣는 모차르트와는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청주도 그러한 도시가 되었으면 해요. 누구나 꼭 한번 들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도시가 되려면 거기에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철학과 음악이 함께 살아있는 도시 청주가 되었으면 하는 꿈으로 저는 청주에서 삽니다. 조건만 되면 15~20명이 모여서 노래도 듣고 철학대화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삶을 아름답고 풍요하게 가꿔 주는 음악이 있고, 미술이 있고, 철학이 있는 아담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쇼팽이 폴란드를 먹여살리고,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를 살리듯이 말이죠. 제가 잘츠부르크에 가서 ‘사운드 오브 뮤직’ 이야기를 했더니 음악을 상품화 시켜 자신들의 품격이 떨어졌다고들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에요. 음악을 상품화하면 음악의 질이 떨어지고 맙니다. 청주는 음악의 자본주의화를 거부하고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음악을 해야 합니다.”

▷이 교수 “모두가 김 교수님 같은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음악을 할 때면 항상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큰 벽은 무대를 도와주는 공무원들입니다. 음악적인 전문 지식이 거의 없으니 음악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행정적인 제한을 많이 있어요. 지휘자가 지휘만 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일정을 맞춰야 하니 힘들어요. 다른 문화행사들은 많이 있지만 음악 관련한 페스티벌은 없어서 아쉬워요. 너무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 같아요.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그러한 음악을 할 수 없어서 무척 아쉽습니다.”

▷김 주간 “그때 가요 콘서트는 너무 좋았어요.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에 한명인 저를 감동시키는데 성공하신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anima sempre libere’입니다. 넬라 판타지아에 나오는 가사의 1절입니다.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뜻의 이태리어입니다. 저는 일본, 중국, 한국에서 강의할 때면 넬라판타지아 노래를 들려줍니다. 가사를 들려주며 자유로운 영혼의 중요성에 대해서 젊은 영혼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저는 한국적 영성을 갈고 닦기 위해 한국적 정감이 깊숙이 스며있는 우리 겨레의 음향과 음색, 음율을 다듬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가요나 가곡을 제대로 살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소홀히 다뤄지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우리겨레의 살결과 숨결, 얼결을 담아야겠지요.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의 역동이 한껏 펼쳐지는 그런 음악말입니다. 그중에서도 판소리에 담긴 한국적 한(恨)의 승화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 교수 “판소리도 좋아하세요?”

▷김 주간 “예. 대단히 좋아합니다. 맺힌 깊디 깊은 한이 서려있고 그것을 한껏 풀어가는 아주 아주 진지한 목소리에 저 자신이 몽땅 빨려드는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별한 발성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서 교수 “저는 판소리 하는 사람들이 소리 외에 가요 같은 노래도 잘 불러서 깜짝 놀랐거든요. 요즘 신진 작곡가들은 국악 리듬을 많이 써요. 저희도 국악 리듬을 알긴 알아야 해요. 판소리 기법을 쓰면 더 좋다고 요구하는 작곡가들도 있어요. 그러한 기법을 활용하면 한국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으니 더 좋아하세요.”

▷이 교수 “그러한 판소리적 요소에 감동을 느끼시는 분들이 아주 많은 것 같아요.”

▷김 주간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음악하시는 두분과 함께 마음문을 열어 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아주 행복했습니다. 청주가 음악과 철학이 어우러져 살아있는 도시로 탈바꿈되는데 두 분께서도 여러모로 힘을 보태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아라·박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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