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 종 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국정농단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사경(단핵소추)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2017년의 새해가 밝았다. 육갑 중 34번째의 정유년(丁酉年)이다. 붉은 닭띠 해이다. 암울한 정국이지만 천리(天理)대로 살고 있는 닭은 어김없이 온 누리를 향하여 ‘꼬끼오’라 외쳤다. 어둠을 퇴각시키고 새벽(여명)을 열어 시작을 독려하는 나팔소리이다.
닭은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등의 12지지(地支) 중 열 번째에 해당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축귀;逐鬼) 좋은 기운을 불러 오는 상서로운 동물(서조:瑞鳥)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하면 닭은 문(文:머리에 관을 쓰고 있음, 위풍당당), 무(武:발톱으로 공격), 용(勇:적을 보면 피하지 않음), 인(仁:먹을 것이 있으면 서로 부름), 신(信:어김없이 때를 맞춰 울음) 등의 5덕(德)을 갖춘 영민한 띠로 소개되고 있다.
닭 띠 해를 맞으면서 ‘꼬끼오’라는 계명성(鷄鳴聲)은 혼란의 시대, 미로의 천지에서 방황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첫째로 기본이 바로선 나라를 건설하란다. 기본은 밑바탕, 근본, 기근(基根) 등을 말하는 것으로 집으로 볼 때 주춧돌인 초석이나 자연으로 볼 때 생명체가 생육할 수 있는 대지 등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정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사법 등의 모든 분야가 이론이나 원리에 맞게 전개될 수 있도록 구비되는 것을 가리킨다. 각 분야가 그것의 존립근거나 민본 및 공익 등의 가치를 아낌없이 실현할 수 있는 메카니즘(기제:機制)과 실현 체제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규범이 향기를 발하고 법치가 화평의 얼개로 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야말로 기본이 바로섰다는 증거이다. 닭은 ‘꼬끼오’ 소리를 통하여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모든 일을 본질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판단하며 관리하여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본질이란 무엇인가. 현상이든 대상이든 어떤 것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이나 요소, 알맹이, 존재가치, 정체성 등이 아닌가. 그것이 빠지거나 배척이 되면 존재기반이 붕괴되는 핵심적인 내용이 아닌가.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살겠다는 마음으로 공무원이 되었는데 실제로는 관존민비의 사상으로 국민에게 군림하고 민원을 경원하는 자세를 취하며 주민중심이 아닌 행정편의 중심으로 일관하는 것 등이나 겉으로는 ‘국민의 복지나 이익을 위해서라’ 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명리나 계파의 이익을 위하는 행동 등을 취하는 행정이나 정치 등은 본질에 어긋나는 행태들이다. 주인인 국민은 사법기관에 순순히 따르도록 강제 하면서 국민의 가장 큰 심부름꾼인 본인은 특권의식을 탈피하지 못한 채 불 출두하는 것도 본질을 외면하는 행동인 것이다.
셋째로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의란 어떤 현상이나 사안에 대하여 시(是:옳음)와 비(非:그름)를 가려 시의 편에 서는 것을 말한다. 국가나 지역, 사회와 조직 등을 비롯하여 사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 등에 대하여도 제3자적 입장에서 시와 비를 가린 다음 시의 편에 서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의 수호의식은 산업화가 고도화되고 익명성이 높아지면서 과도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밀려 빛이 바래지고 있지만 ‘정의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관점에서 정의는 시대와 환경, 시?공을 초월하여 국가와 사회 존립의 최고의 가치로 존중되어야 할 요건인 것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닭의 ‘꼬끼오’ 소리에 귀를 활짝 열어야 할 소이가 여기에 있다.
넷째로 만사는 공명(公明)하게 관리되고 처리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무슨 일이든 세상사는 공과 사를 망라하여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되고 처리되어야 한다. 맡은 바의 경계 및 권리와 의무의 한계가 뚜렷하게 지켜져야 한다. 특권이나 예외가 존재해서는 아니 되고 모든 것이 만인에게 평등하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기교나 꼼수, 눈속임, 기망 등은 인류의 적으로 단호히 배격하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하늘은 청명(공명)하고 대지는 비옥(근면과 성실만이 잣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국가와 사회 건설의 요건 중 ‘기본 바로 세우기’는 하드웨어에, 뒤의 세 가지는 소프트웨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심기일전하여 새 출발을 다짐하자. ‘꼬끼오’를 우렁차게 외치며 하루를 여명의 빛살로 가득 채우자.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세우고 그 위에 본질, 정의, 공명 등의 나팔소리가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게 하자.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차원에서 코리아를 리셋(개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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