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토 마사쯔구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지난 일이지만 한국 어린이에게 고마운 추억이 있어 그 추억을 제가 혼자 간직하고 있기보다는 이 기회에 감사의 표시를 해 놓을 것이 좋을 것 같아 몇 글자 적어 놓기로 한다.

지금부터 약 8년 전 일본에서 청주로 여행하러 온 부모님을 모시고 상당산성과 국립청주박물관을 구경한 후 성안길로 왔을 때의 일이다. 뒤늦게서야 휴대폰이 없어졌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이동 경로를 다시 생각해 봤고 산성이나 박물관에 두고 온 것 같아 우선 박물관부터 찾아 가기로 했다.

박물관에 도착한 후 전시실을 한 바퀴 돌았지만 찾지 못해 직원 분께 여쭤 봤다. 그랬더니 혹시 이 휴대폰이 아니냐고 내 휴대폰을 보여 주셨다. ‘네, 맞습니다!’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받았는데 그때 직원 분께서 말씀하시기를 아까 전에 초등학생들이 이 휴대폰을 두고 간 것이라고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해 주셨다.

즉, 어떤 초등학생들이 산성으로 놀러 갔는데 그곳에서 휴대폰을 주웠다. 그리고 산성에서 내려오는 길에 박물관을 들러 직원에게 그 휴대폰을 맡기고 갔다는 것이다. 그때 했던 말이 “이 분실 휴대폰의 주인은 아마도 박물관으로 찾으러 올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맡기고 갈 테니 잘 부탁드린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바로 그 주인이 박물관에 나타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어진 어린이구나 하고 감명을 받았다. 누구인지 모를 휴대폰 주인을 위해 그 휴대폰을 챙겨 주고 주인이 산성으로 가는 경로 상 박물관을 들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하고 갔다는 것에 지금도 그 감명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일 외에도 충북대 길가에서 지갑을 잃어 버렸을 때 나중에 누군가가 주워 돌려받았던 일, 택시에 카메라를 두고 내려 버렸는데 운전기사님이 꼭 택시 회사로 전화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보관하고 계셨던 일 등의 기억들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 한국과 일본의 현재 관계를 생각할 때 그 고마움은 더욱 커진다. 그 어린이는 지금 성인 나이 즈음 되었을 것이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간접적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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