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록 충북병무청장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붉은 닭’은 ‘어둠을 깨치고 빛을 부르는 총명하고 밝은 닭’을 의미한다고 한다. 닭은 십이지(十二支) 중 열 번째 동물이며 유일한 날 짐승이다. 닭은 하늘을 훨훨 날지는 못하지만 수탉의 날갯짓을 보면 힘찬 기상이 느껴진다.

우리는 머리가 나쁜 사람을 흔히 닭에 비유하여 폄하(貶下)한다. 그런데 왜 총명하고 밝은 닭의 해라고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2014년 2월, 미국의 유명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에 실린 ‘똑똑한 새’라는 글을 보면 똑똑한 새는 다름 아닌 닭이다. 닭의 울음소리는 24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 울음소리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주위 환경에 따라 반응도 다른데, 닭을 잡아먹는 포식자를 발견한 수탁은 경고음을 내지만 주변에 수탉만이 있을 경우는 경고음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수탉, 즉 경쟁자가 잡아먹히면 오히려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정도면 총명함뿐만 아니라 본능적인 영악함까지 느껴진다.

정유년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420년 전인 1597년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 다시 감행된 일본의 조선침략에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거북선 3척과 판옥선 100척으로 싸웠으나 왜군의 유인책에 괴멸 당하고 겨우 판옥선 12척만이 빠져 나왔다. 이에 권율장군 휘하에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은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왜 수군과 맞서게 된다.

선조가 이순신에게 수군을 해체하고 권율 장군과 합세할 것을 명하였지만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今臣戰船 尙有十二, 금신전선 상유십이).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우면 능히 대적할 수 있사옵니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명량해전에서 물살이 거센 울돌목의 지리적 특성과 화포를 이용한 뛰어난 전술로 왜선 133척(일본 기록 300여척)과 맞서 싸워 31척을 분파하여 정유재란의 전세를 조선군 쪽으로 이끌었다. 이순신 장군은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必生卽死 必死卽生, 필생즉사 필사즉생)’라며 ‘불평하지 말고 현재에 죽을 각오로 임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희망찬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였지만, 우리의 안보환경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북한은 지난 한 해 동안 수차례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실험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고하고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경제?군사적 우호 관계를 견고히 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정세도 현재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불안정한 형국이다.

병무청은 국가방위를 담당하는 중추기관 중 하나이다.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정예자원을 선발하여 현역병 입영 등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전시 병력동원 임무와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공자는 ‘어디를 가든 마음을 다해 가라’는 뜻의 ‘진심갈력(盡心竭力)’이라는 말씀을 남겼다. 마음을 다하여 성실하게 살며 갖은 힘과 노력을 다함을 의미한다.

2017년 정유년. 충북병무청 직원 모두는 총명한 붉은 닭의 기운을 받고 철저한 준비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적과 싸워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을 교훈 삼아 병무행정의 기본 임무와 기능에 충실하게 온 힘과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 공직자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고 국민을 위해 전력을 다할 때 국민 역시 안심하고 본업에 매진하며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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