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서민들의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최근 달라진 가격표 때문에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걱정이 앞선다.
최근 달걀 값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예년보다 50%가량 올랐다. 지난해 말 라면, 맥주 등 가공식품 가격이 훌쩍 뛴 데다 배추·무·당근 등 채소와 갈치·오징어 등 농축수산물과 휘발유 가격까지 덩달아 뛰었다.
지방자치단체도 버스, 하수도, 쓰레기봉투 등 공공재 요금을 앞 다퉈 인상하고 있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매달 갚아야 할 이자 부담도 늘었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시민들의 한탄이 나올 만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든 터라 물가 상승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브랜드의 소면, 시리얼, 김, 식용유, 빙과류, 세제, 건전지 등은 최근 6개월 새 두 자릿수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국정이 혼란한 틈을 타 가격 인상 도미노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농축수산물의 가격 급등이 두드러진 품목은 지난해 폭염과 태풍 피해를 직접 받은 무·당근·양배추다.
무의 평균 소매가격은 1개당 3096원으로 평년(1303원)의 2.4배(137.6%) 수준까지 치솟았다. 양배추도 한 포기에 5578원으로 평균(2630원)의 2.1배(112.1%)에 이르렀다. 당근(1kg) 역시 평년의 2.2배(123.8%)인 6026원가지 치솟았다.
수산물 중에선 오징어, 갈치, 굴 값이 예년보다 비쌌다. 물오징어(1마리)와 건오징어(10마리)의 전국 평균 가격은 각각 평년대비 14.5%와 20.1% 높았다. 갈치(1마리)와 굴(1kg) 가격 상승률도 각각 21.2%와 12.4%였다.
특히 AI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평년(5539원)보다 61.7%나 뛴 계란(특란) 가격(8960원)은 설을 앞두고 더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전국 계란 소매 최고값은 1만6원으로 1만원을 넘어선 상태다.
청주지역에서는 1판(30개)을 판매하는 곳은 거의 사라졌으며 대부분 10개 또는 15개 소포장을 해서 판매 중이다.
이와 함께 8일 현재 오피넷이 발표한 충북지역 보통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은 ℓ당 평균 1493원으로 1500원을 앞두고 있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공급이 AI와 청탁금지법 시행 등의 다양한 이유로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사재기 등 유통구조 문제로 상승폭이 커지는 경우다.
물가 당국의 선제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장기간 저물가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고물가가 닥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농산물 계약 재배, 비축물량 공급 등 물가 충격을 완화할 만한 정책 수단들은 남아 있다.
특히 주요 물품들에 대해서는 수급 상황을 정밀히 모니터링해 상승 조짐이 보이면 미리 대응해야 한다. 당장의 물가 상승 압력도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 분산 등 세심한 정책 운용으로 낮출 여지가 있다.
국정혼란을 틈타 업체들이 짬짜미와 사재기 등 부당한 방법으로 가격을 올린 사례가 있다면 엄중히 제재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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