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자 수필가

 

온 나라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이란 순수한 불교에 어원을 두고 있는 용어다. 법당이 좁아서 많은 사람이 다 부처님 말씀을 듣기 어려워 야외에 자리를 펴고 설법을 듣고자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불안정한 정국과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일 때문에 마음 둘 곳이 없다. ‘정국이 하루빨리 안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마침 법화정사에서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네팔로 성지순례를 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네팔에서 2015년 4월 25일 진도 7.8의 강진이 발생하여 5057명이 숨지고 8000여 명이 다쳤다고 하는 보도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 엄청난 자연재해의 현장을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야단법석(野壇法席)에 동참했다.

비행장을 빠져나와 시가지로 접어들었다. 네팔인들의 생활상은 우리나라 5,60년대의 생활모습과 비슷한 듯했다. 지진의 흔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물이 즐비하게 그대로 남아 있다. 교통이 불편한 산악지대도 지진 피해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참으로 처참한 모습이 흉물스럽다. 지진피해는 남의 나라일로만 생각했는데 지난 9월 12일 밤에 일어난 경주부근의 지진 피해를 보고 놀랐던 일이 생생하다. 막상 이곳에 와서 보고 네팔의 지진이 얼마나 끔직하고 큰 피해였는지 알 것 같다.

처음으로 들린 곳은 수백 명의 젊은 스님들이 공부하는 샤카사원과 룸비니에 있는 불교대학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들은 꿋꿋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네팔어로 번역된 법화경 책, 담요, 선글라스, 쌀, 장학금과 금일봉을 보시했다.

카트만두의 시내에 파괴되고 허물어진 건물을 보수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지진 피해 주민들이 임시로 살고 있는 천막촌을 찾아갔다. 450여 가구가 옹기종기 천막을 치고 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게 울렸다. 자연재해를 입고 슬픔과 고통에 빠져 사는 비참한 그들의 현실이다. 우리가 방문한 취지를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곧이어 야단법석이 끝나고 조심스럽게 그들 앞으로 다가섰다. 준비해 가지고 간 네팔어로 번역된 법화경, 쌀, 담요, 라면, 옷, 사탕 등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무질서하거나 소란피우지 않고 조용히 질서 있게 차례를 기다렸다. 생활이 불편하고 생활필수품조차 부족하기만한 환경이다. 그곳의 모습을 보면 측은지심이 들어 누구나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것 같다. 순수하고 선해 보이는 그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들 나름대로 희망을 갖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 놀랐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행복지수 세계 3위인 그들이 부러웠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편리한 생활에 좋은 자연환경을 누리고 사는 우리는 왜 그렇게 많은 불평불만인지 모르겠다. 욕심이 화를 부르는 것인가 보다.

내 삶도 작은 것에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만족하며 살아야겠다. 이번 기회에 값진 보물과 자부심을 갖게 된 야단법석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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