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팔(논설위원/소설가)

▲ 박희팔(논설위원/소설가)

 ‘코찡찡이’란, 콧병 같은 것으로 하여 말소리가 찡찡한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그러니까 코가 막혀 숨이 잘 통하지 아니하여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다. 이는 콧병 같은 것으로 인한 것이니 콧병 같은 것이 나으면 멀쩡한 사람으로 된다. ‘코찔찔이’도 있다. 콧물을 찔찔 흘리는 사람을 농으로 이르는 말인데, 이는 감기에 걸리거나 어릴 적엔 흔히 있는 일로 일시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도 감기가 낫거나 성인이 되면 괜찮아지므로 여느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콧벽쟁이’는 그렇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콧구멍이 너무 좁아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려서나 커서나 그에 비례하여 콧구멍이 좁으니 첫째로 본인 당사자가 이로 인해 불편을 느끼는 건 물론이려니와 이를 보는 이들도 답답히 여기게 된다.
 동네에선 성례가 콧벽쟁이다. 제 엄마 등에 업혀 다닐 적부터 동네사람들은 이름 대신 ‘콧벽쟁이’라는 별명을 달았다. 처음에는 코찡찡이인 줄 알았다. 어린 것이 코가 막혀 숨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해서 숨을 가쁘게 쉴 때마다 콧방울을 연신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성례 갸 말여, 날 때부터 콧벽쟁이잖여 아무리 봐도 콧구멍이 너무 작어.” “그런가벼 말할 때마다 가빠하는 콧소리를 내는데 꼭 맥맥이 소리 같단  말여.” 이래서 아주 콧벽쟁이라 부르게 됐는데. 물론 제 부모나 당사자 앞에선 별명은 부르지 않고 이름을 꼭 불러주었다. 한데 동네 또래아이들은 그런 성례를 기피했다. 아무리 아이들 부모들이 그러지 말라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해도, 또 성례가 가까이 하려고 해도 끼워주질 않고 돌려놓았다. 그러니 성례는 야무진 아이이긴 하지만 돌림쟁이가 됐다. 즉, 남들과 함께 한 동아리에 들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는 게집애가 된 것이다.
 군장이는 ‘코푸렁이’다. 즉, 줏대 없이 흐리멍덩하고 좀 어리석은 아이다. 돌마낫적부터 인물이 희멀겋게 생긴 애가 멀쩡하게 보이는데, 숫기가 없어 돌아내리기만 하는,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마음은 있어 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이다. “군장이 저 놈은 갈데없이 코푸렁이여,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니 어리석기는 참….” 이래서 동네 ‘코푸렁이’다. 그래도 한편으론 이러한 군장이를 평가절하만 하지 않고, “좀 어리석다고 나쁘게만 여길 게 아녀. 말이 있잖여 ‘문 바른 집은 써도 입 바른 집은 못 쓴다.’고, 너무 똑똑하게 바른 말만 해도 남의 미움을 산다는 뜻이잖여.” “이런 옛말도 있어. ‘문경 새재 박달나무는 홍두깨방망이로 다 나간다.’고 말여. 즉, 어떤 물건이든 필요에 따라서 다 쓰인다는 뜻 아니겄어. 그러니 군장이도 어느 땐가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될지 모르는 일여.” “그려, 자네가 시방 말한 바로 그 문경이 충청도가 되었다가 경상도가 되었잖여. 이렇게 어떤 일이 이랬다저랬다 하니 군장이도 지금은 저러 해도 낭중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여.” 이렇게 두둔하기도 하는 거였다. 하지만 동네 또래아이들은 군장이가 코푸렁이란 이유로 같이 어울리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군장이도 한없이 맘 좋은 아이이긴 해도 동네 또래아이들에게 돌림쟁이가 되었다.
 그런데 이 두 동갑내기 돌림쟁이들, 그러니까 콧벽쟁이와 코푸렁이는 사이가 좋아 잘 어울리곤 한다. 먼저 성격 야무지고 돌진적인 콧벽쟁이가 사람 좋은 코푸렁이에게 다가갔을 거였다. 그리고 말을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무엇이었든 간에 코푸렁이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지만 동병상련의 돌림쟁이들끼리이니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동네어른들이, 아무래도 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고 하더니 그 짐작대로 결국 둘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 무렵 동네 또래여자들은 타곳으로 시집을 가고 남자또래들은 보다 나은 삶을 찾는다며 다들 고향마을을 떠나 대처로 나가버렸다. 이 두 돌림쟁이들만 나갈 주제도 못되고 나갈 곳도 없어 그대로 고향마을에 주저 물러앉은 채 내주장으로 농사일 꾸벅꾸벅하며 남매 낳아 힘닿는 데까지 가르쳤다.
 이 부부의 아들애가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단다. 두 번째로 도전해 성공했다는 것이다. 집안경사고 동네경사다. 이장이 동네방송을 한다. “동네 분들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저께도 방송해드린 대로 오늘 점심은, 아들이 이번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집에서 낸다고 하니 한 분도 빠짐없이 마을회관으로 오셔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돌림쟁이 내외가 아침부터 준비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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