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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네이밍 법안, 이름보다 중요한 것<나기황>나기황(시인)
   
▲ 나기황(시인)

'네이밍(naming)‘은 말 그대로 ’이름 짓기, 이름붙이다‘는 뜻으로 새로운 상품이나 회사, 그룹 등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독창적인 명칭을 정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명이나 브랜드는 그렇다 치고 법안에도 소위 ‘네이밍 법안’이라고 해서 특정인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하는데 법안명만 들어도 그게 어떤 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주 100일을 맞았다는 ‘김영란 법’이 좋은 예다.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고 약칭으로 ‘청탁금지법’이지만 일반인들은 ‘김영란법’이란 표현에 더 익숙하다.

국내법안 중에도 찾아보면 네이밍 법안이 꽤 있다.
‘태완이법’, ‘신해철법’, ‘전두환법‘, ’유병언법‘, ’최진실법’, ‘조두순법‘ 등이 그것인데 일부에서는 과도한 네이밍의 사용으로 법안의 기본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김영란법’이나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일부 개정안’처럼 긴 이름 때문에 당장은 짧은 법안 명으로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왜 ‘김영란법’인지, ‘신해철법’이 무슨 법인지 모호해 질 염려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김영란법’처럼 발의자가 법안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유병언법'처럼 처벌대상자의 이름을 딴 경우와, ‘신해철법’과 같이 피해자의 이름을 사용한 경우, ‘조두순법-나영이법’의 경우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혼재돼 있어 네이밍이 외려 헷갈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특별법’도 그렇다. 정식명칭은 ‘4·16 세월 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으로 2014년 11월 19일 제정, 2015년 1월 1일부터 법이 시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복잡한 이해관계와 법리적 해석이 충돌하고 있어 사고발생 1000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정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 이름만으로 법안내용을 알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 지난 2014년 프랑스에서 제정된 ‘마티 법’같은 경우가 제대로 이름값을 하는 따뜻한 법안으로 알려져 있다. '마티 법'이란 암투병중인 어린소년 ‘마티’를 돌봐야 하는 마티의 아버지를 위해 회사동료들이 자신들의 유급휴가를 모아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회사 측에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회사 측에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었음에도 동료들의 마음을 받아들여 마티의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임종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그 후 마티의 아버지는 자신처럼 중병을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도 ‘휴가기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그 결과 2014년 5월 9일, 마티의 이름을 딴 법이 시행됐다.

결론적으로 네이밍 법안의 가치는 공평무사와 정의실현이라는 법 정신을 굳이 내걸지 않더라도 제정된 법이 얼마나 타당성과 실효성을 가지고 시행되느냐에 달려있다. 법이 때론 훈장처럼, 때론 누더기처럼, 때론 명예롭게, 때론 혹독한 상처를 남기면서 우리의 삶속에서 생멸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이름만으로도 법안의 진정성과 온기(溫氣)가 전달된다면 금상첨화다. 김영란법의 100일, 세월 호 참사 발생 1000일을 지켜보면서, 올해는 또 무슨 법이 어떤 이름으로 만들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국정농단 법’, ‘최순실 법’, ‘길라임 주사법’, ‘문화계 블랙리스트 법’,  ‘트럼프 법’, ‘아베 망언 법’,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는다.
법의 속성상 ’강제성을 가진 사회적 규범’이란 틀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새롭게 탄생하는 법안은 기왕이면 강제보다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누는 ’마티 법‘처럼 따뜻함을 지녔으면 좋겠다. ’네이밍 법안‘이 지녀야 할 덕목은 이름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기 때문이다.

동양일보  dynews@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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