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 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한국 부모의 유별난 자식 사랑은 자녀 교육으로 투영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열렬한 투자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 부모로써 해야 할 가장 기본적 사랑이라고 믿기도 한다. 자식 교육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하고, 그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양 자책을 하기도 한다. 사실 나도 대입을 앞둔 아이에게 뒷바라지를 잘 하려면 학교를 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권하는 이가 있었다. 희망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부모로써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후회한 적도 있다.  
  요즘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리며 끝을 알 수 없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도 자식을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자신의 잘못된 교육관이 자식에게 독이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유감이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면서 구태여 대학을 보내려 했는지? 그것이 진정 자녀의 행복을 위한 일이었는지? 우문을 던지고 싶다.
  한 분야에 특출한 능력을 가진 학생의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키워 나가는 것이 가정과 나아가 국익을 위한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체계적이고 장기간 반복적 훈련을 통해 기량을 높일 수 있는 분야 중에서 체육 특기 교육제도는 40 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운동선수의 승부조작이나 특혜와 부정 의혹 문제가 근절되지 않으니 말이다. 대학 입학에 인생을 걸 정도로 학생과 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잠재해 있는 부정 시비 문제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70년대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펜싱 특기자를 교육하고 있었다. 사회과목 교사가 교과지도는 조금 맡고 주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펜싱 선수 지도에 전념하였다. 오전만 수업에 출석하고 오후는 체육훈련을 받았던 특기자 학생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교과수업에 따라가기 힘들어져 수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상급학교 진학이나 실업팀에 차출되지 못한 학생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낙오되어 방황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중에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한 학생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체육 담당 선생님께 호된 질책을 받으면서도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던 학생이다. 선수로써의 수명이 길지 않을 거라는 것을 간파했던 그녀는 틈틈이 자신의 능력을 쌓아 선수가 아닌 일반 업무를 맡는 공무원이 되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려고 한 체육시설을 이용한 적이 있다. 그곳에 초등학생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어린 학생들과 부모는 거의 훈련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운동연습에만 몰두하였다. 전인교육은 아예 기대 할 수 없었지만 부모들은 그리하지 않으면 선수가 되기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걱정은 뒤로 하고 외길로 달려가야 한다고 했다. 후에 보니 성공적인 길을 간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체육 특기 교육과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지만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교과학습과 체육 특기의 균형을 유지하며 교육하는 제도적 방식이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 특기를 가진 선수들이 대학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학점관리도 철저히 해야겠지만 어릴 때부터 정상적인 수업을 받으며 특기훈련을 하는 기틀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프로 선수와 대학생활의 병행이 당연시 되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유명인물을 대학의 홍보에 이용하려는 대학들의 경쟁적 마케팅도 자제해야 한다. 유명한 재외 교포 골퍼가 국내 대학생이 되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경기 출전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것이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일반 학생들과 같이 성실하게 국내대학을 다닌 유명한 운동선수가 지금 더욱 칭송 받고 있다. 미래의 체육 꿈나무들이 이 선수처럼 균형 잡힌 교육을 받아 자신의 체육 기량을 한껏 높이는 훌륭한 인재로 육성할 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의지를 가지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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