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봉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조류독감(AI) 파동으로 인한 계란값 상승은 물론 신선채소와 식용유, 휘발유까지 흔히 말하는 ‘장바구니 물가’ 등 생활물가가 예년에 비해 2~3배 이상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새해부터 빈병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주류 제조업체들까지 소주 가격을 인상하면서 ‘더 이상 서민의 술이 아니다’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던 대학생 시절 친구와 부담 없이 즐기던 ‘새우깡에 소주 한잔’도 추억속의 옛이야기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해 들어 충북도내 주요 식당들이 소주 판매가격을 기존 4000원에서 5000원으로 1000원을 인상했다. 빈병 보증금이 인상되면서 가격 인상이 시작된 것이다. 빈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60원과 80원이 올랐다. 빈병 보증금이 인상된 것은 1994년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보증금 인상분 보다 더 높게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다. 편의점 3사의 경우 지난 6일부터 순차적으로 360㎖들이 참이슬과 처음처럼 한병 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했다. 이는 빈병보조금 인상분보다 40원이나 더 올린 것이다. 맥주도 빈병가격은 80원 인상됐지만 편의점 업계는 100원이나 인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품목 중 소주 가격은 전년대비 11.7% 올라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빈병회수율을 높여 자원재활용을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해명하지만 정작 이를 반환받아야 하는 편의점들은 구매를 꺼리고 있다.
이에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A)가 녹색소비자연대와 전국 소매점 5000개를 대상으로 현장홍보를 하고 신고보상제까지 시행하고 있지만 빈병 반환을 기피하는 현상은 여전하다.
한 달 새 50여%나 오른 계란값(특란 30개 1만여원) 파동은 지난해 말부터 전국에 400여개에 달하는 체인점이 생긴 대만식 ‘대왕 카스테라’ 매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청주 성안길을 비롯해 충북에도 현재 3~4개 매장이 성업중이거나 개업을 준비중이다. 업계는 올 상반기까지 최소 400여개 매장이 더 오픈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모두 6000~7000원씩 비슷한 가격대에 카스테라를 팔고 있다.
대만식 카스테라는 요식업계에 새로운 성공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계란파동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 재료비의 80%가 계란이고 나머지는 우유와 밀가루, 설탕 등이다. 계란값이 크게 오르니 식재료비용이 많이 들어 마진이 크게 줄었다. 50%의 마진율은 계란값 파동 이후 30% 아래로 떨어졌다. 가게 주인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수입산 계란을 푼다고는 하지만 올 봄까지는 계란값 파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 걱정이다.
이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업종 간 물가 상승이 서민들의 안정적인 삶마저 위협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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