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임 <충주예총 회장>

 

1982년 3월 음악교사로 고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설레는 마음보다는 긴장감이 더 컸던 첫 출근과 교실에서 학생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어느덧 36년간 교직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천직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교직생활이 즐겁고 보람되지만, 발령 후 지금까지 교직 생활 속에서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힘들었던 기억보다 행복한 경험들이 더 많은 것은 역시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과목-음악 교사로 교단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80년대 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 교육활동이 우선시 되다보니 합창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위해 방과 후 모이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던 시절이 이었다.

1990년대로 들어서며 학생 축제활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아침 자습시간을 이용하거나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합창연습과 관현악반 악기연습, 보컬활동을 위한 연습 등이 활발히 이뤄졌다.

음대 콩쿠르 참가를 위해 학교 연습실에서 시간을 함께 했던 제자들은 이제 나와 같은 음악교사로 학교 일선에서, 학교 축제 참가를 위해 교단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학생 보컬대회 참가를 위해 점심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함께 애를 썼던 제자는 우뚝한 성악가가 돼 고향인 충주를 벗어나 세계적인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륵문화제 기념 전국 학생음악경연대회 참가를 위해 열심히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제자는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또 교내 관현악반 활동에서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를 뽐내던 제자는 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다방면의 음악활동을 함께 하며 음악을 전공하게 된 제자들이 이런 저런 소식들을 전해주고 때로는 찾아와 음악을 공부하며 어려움에 대해 토로도 하고 갈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 하는 제자가 찾아와 상담할 때면 주저 없이 본인이 관심 있고 잘 할 수 있다면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대학시절 전공 실기고사를 위해 학교 연습실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하던 연습은 무척이나 고된 시간이었다. 무대에서 실수 없이 연주를 끝내고 난 뒤의 성취감! 이 모든 것들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행복한 기억들로 자리 잡고 있다.

스승의 날이 표시돼 있는 5월이면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나를 찾아주는 제자들이 있다. 그 중에는 학교 축제나 대회 참가를 위해 함께 애쓰던 합창반과 관현악반 제자들이 많다.

한결같이 “선생님 학창시절에 함께 목소리를 맞추고, 악기소리를 맞췄던 그 활동들이 멋진 경험과 추억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 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이런 말들을 쏟아 놓을 때마다 음악교사여서 정말 행복하고, 교직생활이 보람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구나 충주예총회장이 되어 학창시절 은사님들을 행사장서 뵙게 될 때 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버팀목이 되어 주심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또 여러 무대나 전시회를 통해 각자의 문화와 예술 영역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는 제자들을 볼 때에도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과 갈등으로 힘듦을 호소할 때면 늘 이렇게 얘기한다. “좋아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시작이 조금 늦어도, 진행이 조금 더디어도, 다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