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첫 주말 음성·충주 현방방문…‘민생 챙기기’ 시동
이시종 지사 등 강추위 속 수백명 운집 ‘대선출정식’ 방불

(음성·충주=동양일보 한종수·윤규상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태어나고 자란 음성·충주에서 대권행보를 본격화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친지와 노모가 있는 고향을 찾았다. 하지만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은 잠시뿐 대부분의 시간을 민생현장 방문에 할애, 이미 출마를 공식 선언한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나 다름없었다.

▲ 대권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14일 고향인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행치마을을 방문, 선친 묘소에 성묘하고 있다.

고향인 음성에 있는 선친 묘소를 성묘한 직후 국내 최대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찾는가 하면, 충주에 사는 모친을 만나러 가는 길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현장까지 돌아보는 광폭행보를 보였다.

▲ 대권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 AI거점소독소를 방문해 고압소독기를 이용해 방역작업을 체험해보고 있다.

이날 오전 생가가 있는 음성 행치마을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올 겨울 최고 추위 속에서도 수백명이 운집, 그의 귀향을 반겼다. 반 전 총장의 고향 방문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인 2013년 8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마을 곳곳에는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반기문과 하나 되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등 지지자와 주민단체 등에서 마련한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반 전 총장은 생가 주변 선친 묘를 찾아 성묘한 뒤 생가 앞 광장에 마련된 환영 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반 전 총장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는 새누리당 경대수(증평·진천·음성) 의원과 이필용 음성군수, 송태영 새누리당 충북도당위원장, 이언구·임회무·이양섭·최병윤 도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도 환영 행사장을 찾아 반 전 총장의 귀향을 축하했다.

▲ 대권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자신의 생가마을인 음성군 원남면 행치마을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반 전 총장의 영향을 받아 충북이 세계화장품뷰티박람회, 세계유기농엑스포, 세계무예마스터십,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등 세계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며 “이런 행사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 직접 축하해 준 데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오후 첫 일정으로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꽃동네를 찾아 고(故) 최귀동 베드로 묘지에 분향을 한 뒤 손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를 돕고 손발을 주무르기도 했다.

▲ 대권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 오웅진 신부, 윤숙자 시몬 수녀. <연합뉴스>

인근에 있는 AI거점소독소를 방문해서는 현장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한 뒤 직접 방역복을 입고 고압 소독기를 사용, 사료를 싣고 양계농가로 향하는 화물차 바퀴를 소독해보기도 했다.
이후 충주로 이동해 모친 신현순(92) 여사를 찾았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14일 오후 충주시 사직로 호수마을 아파트에서 모친 신현순 여사를 찾아 귀국 인사를 드리고 있다.

자줏빛 개량한복 차림으로 아들 내외를 맞은 백발의 모친은 연신 눈물을 글썽이며 반가움의 탄성을 내뱉었고 마찬가지로 백발이 성성한 반 전 총장은 큰 절로 인사한 뒤 노모를 끌어안았다.
오후 충주체육관에서 열린 시민인사회의 열기는 한층 뜨거웠다. 실내를 꽉 채운 인파와 플래카드, 참석자들이 일제히 손에 태극기를 쥐고 흔들어대는 모습은 흡사 보수정당의 전당대회 현장을 연상케 했다.

▲ 14일 충주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귀국 시민환영대회'를 찾은 반 전 유엔사무총장이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단에 오른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업적으로 기후변화협정 체결, 빈곤 해결, 양성평등 등을 꼽았고, 이어 지지자들과 함께 ‘대한민국 만세’ 삼창을 외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반 전 총장측은 이번 고향 방문에 대해 어디까지나 가족·친지에게 귀국 인사를 하고 틈틈이 민심을 청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지만, 가는 곳마다 열린 성대한 환영 행사 규모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관련기사 9면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