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세 <국회의원>

 

2016년 한 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 격동의 1년이었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두 가지의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하나는 20대 총선 개표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으로 민심의 엄중함을 가슴깊이 느낀 것이다.

지난번 20대 총선의 최대 쟁점은 민생경제였다. 여당은 기업규제완화 등 성장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야당 역시 경제실패 심판론을 화두로 보편적 복지확대 세금제도 개선 등을 내걸었다.

야당분열로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국민의 균형잡힌 선택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으로 올라섰다. 국회는 여소야대로 개편되었다.

지역구에서는 큰 쟁점 없이 선거전이 치러졌다. 선거 전 여당은 열세 또는 경합, 야당은 경합우세·우세지역으로 각각 분석했다. 그러나 분석과 달리 개표과정은 다르게 진행되었다.

  오후 7시께부터 시작된 개표는 약간의 표차로 뒤지는 흐름이 밤 12시까지 계속되었다. 우세지역인 청주시 산남동을 개표하면서 200여표 차까지 따라갔다. 마지막 개표지역인 성화·개신·죽림동에서 역전을 기대했으나 286표 뒤진 채 개표가 마감되었다.

선거사무실에 와있던 기자들과 중계 카메라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상대 후보 캠프에서는 승리를 자축하는 세레모니가 진행되고 있었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생방송으로 중계하기도했다. 참으로 참담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끝났구나-” 하는 순간 개표 현장에서 우리 당 참관인이 연락을 보내왔다.

아직 관외 사전 투표함에 8000여장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가 자정을 넘어선 0시40분께였다. “혹시…”하며 절망의 시간에 새로운 기대를 가져보았다. 꿈같은 사실이 현실로 나타났다. 잠시 후 1시 20분께 최종 결과가 나왔다. 참패했던 것으로 믿었던 나는 사전투표함에서 역전극을 펼치며 최종 1423표차로 역전했다. 피를 말리는 진땀 승부로 한편의 대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이 극적인 대역전극을 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촛불민심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사건이었다. 2016년 후반 민주주의를 바로세우자는 시민들의 열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학자들이나 관심을 가질 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청와대의 무능, 국민무시, 여론호도 등 온갖 실정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진보·보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국민의 뜨거운 열정은 광장의 추위를 녹이고도 남았다.

비폭력의 평화적 집회로 시위가 아닌 국민적 축제의 장이었다. 그렇지만 열기는 용광로보다 더 뜨거웠다. 광장의 뜨거운 열기, 주권자의 분노는 탄핵을 주저하며, 이해득실을 따지며 좌고우면하는 국회를 압박해왔다.

이 열기는 국회에 동력을 전달, 머뭇거리는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을 갈라치기로 분리시키며 탄핵을 가결시켰다. 

탄핵 가결 처리 투표현장에서 나는 국민주권의 엄중함을 느끼며 가슴뭉클한 한 표를 행사했다. 위대한 광장 민심, 주권자의 승리를 확인했다.
 
이제 우리 정치는 탄핵 이후의 새 길을 모색해야한다. 정치가 답을 해야한다. 소수의 권력과 경제독점에 의한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도려내고 민주질서를 바로세워야한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근절,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청년일자리 창출, 복지확대 등 민생현안을 해결해나가야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러.일의 대립구도 속에서 북핵문제도 풀어야한다.

1%로 특권층이 아닌 99% 서민과 중산층이 다함께 잘사는 나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 살맛나는 나라를 만들어 가야한다.

 민심을 수용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의정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광장의 민심은 언제든지 횃불로 일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민심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화가 나면 뒤집어 엎을 수 있다(載舟覆舟). 군주는 배, 백성은 물(君舟民水)이기 때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