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중원대 교수)

▲ 이상주(중원대 교수)

1970년대 말까지 농촌에서는 ‘먹고만 살면 됐지’라는 말이 일상어였다. 지금 사람들은 그런 말을 썼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때 대다수 사람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 그 이상의 목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먹는 것을 해결하려고 평생 기를 쓰다 완전히 해결도 못하고 갔다. 박정희가 집권한 후 이를 해결하려고 모두 총력을 경주했다. 그 결과 현재 세계 12대 경제교역국이 됐다.
  그런데 요즘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것이, 지상목표이자 행복과 자랑의 기준으로 삼고 사는 듯한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다. 흔히 ‘제멋에 살고 자칭 천자(天子)’요 개성이니 뭐랄 것은 없다. 이런 작금의 시류를 보면 국민은 견돈(犬豚)처럼 먹고 살게만해주면 된다는 그님의 말이 실감난다. 또 최근 텔레비전을 보면 먹자방송이 참 많다. 유명 연예인등을 해설자로 내세워 전국을 순회하며 먹거리를 소개한다. 그 지방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알리고 발전계승시키며, 지역소득증대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배려이리라. 문화의 세기에 적격선구적인 듯 착각하게한다.
  먹었다는 말은 다양하게 쓴다. 첫째 음식을 먹는다. 둘째 여자를 따먹었다. 셋째 영국이 필리핀을 먹었었다. 일본이 유구국(오끼나와)을 먹었다. 우리나라가 일본한테 먹혔었다. 넷째 구구산업이 팔팔기업을 먹었다. 다섯째 금수저가 흑수저의 땅을 먹었다. 일부 특정 권력자와 기업가도 국민의 돈과 땅을 잘 먹는다. 여섯째 북한은 남한을 먹어치우려고 발악을 한다. 일곱째 문화식사  즉 문화를 식사한다. 근래 수년 사이 첫째 둘째에 몰입도가 높은 사람들이 증가했다. 영국은 ‘인도와 섹스피어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단다. 지금 한국은 ‘이섹스피아(eat+sex+utopia)’다. 즉 ‘식식색색천국(食食色色天國)’을 구가할 여건이 좋아졌다. ‘주식이상구, 야식이하구(晝食以上口, 夜食以下口)’다. 즉 낮에는 웃입으로 먹고 밤에는 아래입으로 먹는다. 조붓하고 탄력 좋은 방아확에 뜨끈뜨끈한 방아공이로 방아도 잘 찧어 잘 먹고 잘 놀고 잘 즐긴다. 견돈(犬豚)등 짐승들도 밤낮없이 ‘낑궈먹기’는 다 한다. ‘낑궈먹기’만 잘하라고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학벌, 수입액, 직업, 거주지역, 주택형태, 생활양상, 사유세계, 자녀의 성취도’를 꼽는다. 지금 세상은 돈이 양반이라며 돈이 전부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렇다. 돈은 신이다. 그러나 돈은 돌고 돈다. 좀 아쉬운 맘이 든다. 제행무상이다. 인사유명이다. 
  문화예술을 먹자. 경제중산층시대에서 문화중류층시대가 된지 오래다. ‘호화 의식주는 인형에 비단옷이다’. ‘식무구포 거무구안(食無求飽 居無求安), 검이불루 사이불치(儉而不陋 奢而不侈)’다. 못 먹고 못 즐긴데 대한 한(恨)을 문화창달로 승화시켜라. ‘억울하면 출세하라’노래했다. 분하면 책을 써라. 사마천은 거세형을 당한 울분을 극복승화하기 위해 “사기”를 저술했다. 정약용도 이문건도 일면 귀양살이의 비분(?憤)을 학문으로 일기로 해소승화했다. 서울 근교에 살던 실학파들도 정권을 잡지 못한 아쉬움을 상쇄하기 위해 사회개혁방안을 저술했다. 모두 역사의 인물이 됐다. 할 일은 많다.
 첫째, 일기라도 써라. 둘째, 자신의 회고록을 써라. 셋째, 조상의 일대기를 써라. 넷째, 변화하는 세태인정이라도 기록해라. 다섯째, 사는 동네의 사진이라도 찍어라. 여섯째, 뭐든지 수집하고 남겨라.
  잘 먹고 잘 즐기고 남는 체력과 경제력, 먼저 북한을 제압할 최신 과학무기를 개발하는데 보태라. 홍익인간이 되라. 학문과 문화예술은 먹자시대 고아한 식사다. 문화예술의 향기를 흠향하며 불후의 학문과 예술 문화를 창달하자. ‘아컬춰피아(art+culture+utopia)’ 즉 예술 문화천국(藝術 文化天國)’의 황제가 되라. 필자는 영어남용을 싫어한다. 그냥 영어를 남용하는 시류와 먹자놀자판세태에 대한 소감을 압축표현할 영어식 합성신조어를 만드는 응용창의력을 발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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