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 (수필가)

▲ 박영자 (수필가)

오늘 날씨는 맑음입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밝은 해가 늘 경이로운 축복입니다.
햇빛은 찬란하고 햇살은 따사롭습니다.

1월은 대한을 앞둔 겨울의 한 복판을 흘러가는데
우리집 베란다의 화초들도 무사히 겨울강을  건너기 위하여
남창으로 목을 늘여 해바라기하며 저희끼리 정답습니다.

창가에서 진분홍 꽃을 피운 제라늄 옆에 아젤리아가
“당신은 부지런도 해요. 나는 이제 꽃봉오리를 다듬는데요.”
“빨리 피우면 빨리 져야지요. 서둘지 말고 값진 꽃을 피워요.”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하기에 그들은 건강하고 평화롭습니다

거실의 TV를 틀면 인간세상은 뒤죽박죽 시끄럽습니다.
혼란인지 혼돈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렵네요.
국정 농단의 중심에 선 ‘최순실’ 하도 들어서 멀미가 납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을 단두대에 세운 촛불집회도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도 머릿수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고
서슴없이 단죄하고 비판하는 그 사람들 얼마나 떳떳한가요
그 사람들이 눈뜨고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는 아닐는지요

청문회 스타가 되겠다고 윽박지르고, 야유하고, 인격모독하고
대답도 하기 전에 혼자만 열변을 토하는 그런 사람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깨끗할까요
남의 눈에 티는 보아도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그들은 그렇게도 자신만만한 애국자들일까요.

선장은 구중궁월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데
배 안에서는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편파, 왜곡, 거짓, 발뺌 같은 부정적인 말이 세상을 뒤덮으니
배가 산으로 가지는 않을까 근심 걱정이 태산입니다
정권교체가 도깨비방망이라도 되어 우리 자손들이
평화를 누리며 다 잘 살게 될까요
나는 왜 미덥지가 않은 걸까요

제 목소리에 가려 남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정말 청맹과니가 아닐는지요.
대기업 총수에게 구속영장이라니 그게 정말 맞는 지,
이 청맹과니는 정말 아리송합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총 한 방 ‘쾅’ 쏘아댄다면
저 큰 소리 치고 말 잘하는 거침없는 사람들
총 들고 나가 싸울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는 걸까요
설마 내 목숨 먼저라고 숨어버리는 치졸한 소인배는 아닐지요

대통령을 세계의 조롱거리 만드는 것이 애국인가요
부끄럽고 민망하여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 바보일까요
말끝마다 ‘국민의 뜻’ 이라니 나는  또 어리둥절합니다
그들이 언제 나에게 뜻을 물어본 적이 있나요
나도 대한민국사람이요, 세금내고 사는 국민이 틀림없는데

우리민족은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보듬으며 살았기에
반만년 꺾이지 않고, 무너지지 않았으며, 넘어지면 일어나는
피고지고 또 피는 무궁화 배달민족이라고 배웠고 가르쳤습니다.

건국신화 홍익인간(弘益人間)정신은 널리 사람을 도우라 하였고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들인데
행주산성에서 앞치마에 돌을 날라 지아비를 도와 왜적을 물리쳤던
그 충정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가난에 찌들고 배고파 내 배가 등가죽에 붙어도
아랫목에 밥주발을 묻어놓고 가족을 기다리던 인정 많은 우린데
한 겨울을 지나가는 까치가 굶기라도 할까봐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밥을 남겨 놓는 순박한 우리였는데

이제 세상은 다 각자 내 말만 맞는다고 뿔뿔이 흩어지는 모래알
배에 구멍이 났는데도 물을 퍼내기는커녕 표 계산만 하여
어린 학생들까지 정치판으로 내모는 부끄러움 모르는 파렴치한
이 세상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인생은 유한 한 것

나라가 위태로울 때면 논밭 팔아 독립군을 도왔고
IMF 때는 금모으기로 나라를 구하겠다고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우리
태안의 기적을 만들었던 모래사장에 가득하던 자원봉사자들
우리 안에는 나라 구하는 일에 물불을 안 가리는 DNA가 있는데
진정으로 나라를 구할 분은 어디 계십니까 어디쯤 계신가요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