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동상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대표적인 게 서울 광화문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이다. 세종대왕 동상을 볼때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한글)를 창조한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동상을 통해 우리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자랑하고 영원히 기리게 된다.
며칠 전 김준철 전 청주대 총장 동상이 다시 세워졌다. 땅 바닥에 곤두박질 처진지 꼭 2년만이다. 쓰러진 동상이 다시 섰다는 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분규를 딛고 화해를 통해 (전 총장으로서의) 재평가를 받았다는 신호탄이 아닌가. 
그런데 동상이 다시 세워진지 열흘이 지났는데 누가, 무슨 목적을 갖고 세웠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동상을 세우려면 한두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람 몇 명이 달라붙어 들어 올릴 일도 아니다. 최소한 크레인은 동원해야 하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희한한 것은 분명 크레인이 학내에 들어 왔을텐데 정문, 후문의 차량자동인식기에도 흔적이 없고 CCTV는 화면이 흐려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지 동상이 다시 세워졌다는 팩트 하나만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동상이 다시 세워지는 것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응당 분기를 표출했어야 했다. 그간 청주대 사태에서 봐 온 것을 고려한다면 비록 방학중이지만 학생들은 도서관 앞 광장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관련자 색출 및 처벌을 요구했어야 했다. 이와 함께 교수회, 노조, 총동문회 등 소위 비대위도 난리를 쳤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교수회와 총동문회만 성명서를 냈을 뿐이다. 그것도 일회용 냄새를 풍기면서 말이다.
대학과 법인쪽에서도 아직까지 공식 반응은 없다. 그렇다보니 대다수는 대학과 법인, 또는 동상을 건립했던 석우 김준철박사추모위원회 쪽에서 동상을 세운 게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다.
이같은 추측이 나도는 것에 이들은 펄쩍 뛰고 있다. 비대위를 상대로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6개 형사 건과 손배소까지 건 판국에 ‘소송의 대상물’인 동상을 다시 세워 누구 좋은 일 시킬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안개 속에 일각에선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조직적으로 거사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대학, 법인과는 접촉을 하지 않았더라도 비대위 측과는 사전 교감이 이뤄져 야반 기습작전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분규의 상징인 동상을 다시 세우면 그 자체가 분규 해소로 해석될 수 있고 결국은 정상화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렸음직 하다.
동상이 다시 세워져 더 시끄러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조용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누가 했든 간에 다시 세워진 동상에 청주대 구성원들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젠 누가 김준철 전 총장 동상을 다시 세웠느냐를 두고 따지고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청주대는 오는 6월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2년 반 동안의 그 지긋지긋한 분규를 씻고 축배를 함께 들어야 하지 않겠나.
2014년부터 3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 청주대는 올해 또 다시 그 덫에 걸린다면 끝장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전국의 대학이 학생 수 감소로 사정이 점점 나빠지는데 집안 싸움이나 하는 대학에 재정지원해 가며 안고 갈 이유가 없다.
청주대는 다음달 교육부컨설팅 이행과제를 마치면 실사를 받게 된다. 아마 이 실사 결과가 고희를 맞은 청주대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음달 중엔 김윤배 전 총장의 항소심이 열리고 이어 비대위에 대한 항소심 공판도 대기하고 있어 청주대로서는 ‘운명의 2월’이 될 것이다.
이 ‘운명의 2월’을 슬기롭게 맞이할 수는 없을까. 분명 길은 있다. 다시 세워진 동상을 보며 모두가 한발, 두발 뒤로 양보하면 된다. 먼저 대학과 법인이 현재 진행중인 소송을 모두 취하해야 길이 열린다. 대척점에 서 있는 비대위도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대학을, 직장을, 모교를 진정 사랑한다면 정상화의 길을 마다하면 안된다.
양쪽 모두 앙금을 쉽게 떨쳐 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분규대학으로 낙인 찍혀 사형장에 올라 갈 날만 기다릴 것인가.
청주대는 청주대 구성원들만의 대학이 아니라 지역민이 함께한 대학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청주대, 이젠 시간이 없다. 한수 이남 최초의 4년제 사학이라는 수식어를 새롭게 각인시킬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사느냐 죽느냐 선택은 청주대 구성원들, 그대들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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