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영호남 '반반 행보'에 흡인력 저하…지지율 횡보

'강철 체력' 과시로 70대 주자 부정적 이미지 불식

설 전후 선택과 집중 따라 미풍이냐 태풍이냐 갈릴 듯

 (동양일보) 범여권의 기대주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로 귀국한 지 꼭 1주일을 맞았다.

그동안 영호남과 좌우 진영을 넘나들며 하루 수백km에 달하는 강행군을 펼친 덕분에 주목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공백에 적응할 틈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권력 의지'를 과시하고 73세 고령에 따라붙을 수 있는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이 귀국 이후 상승세를 타지 않고 횡보하는 게 문제다. 기대했던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릴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16∼18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2.0%포인트 오른 28.1%를 기록했지만, 반 전 총장은 같은 기간 0.4%포인트 떨어진 21.8%에 머물렀다.

앞서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15∼16일 조사해 18일 공개한 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는 31.4%, 반 전 총장은 20.0%의 대선주자 지지율을 각각 나타냈다.

이는 결국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서 지지층을 확실히 견인해내는 데 한계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택과 집중' 없이 모든 곳을 다 방문하려는 종횡무진 행보와 평생 외교관을 지내면서 형성된 모호한 화법으로는 보수층도, 진보층도 힘있게 끌어들이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귀국 직전까지만 해도 2017년 대선판을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앞다퉈 나왔지만 이젠 기대에 못미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프랑스 생수 구입', '공항철도 발권기 2만원 투입', '위안부 합의 말바꾸기' 등 논란거리를 잇따라 양산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는 물론 언론의 과도한 관심 속에서 '꼬투리 잡기'식 의혹 제기가 등장하고 경쟁주자 진영에서 악의적 평가가 쏟아지는 데 따른 일시적 영향일 수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 측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올려보려고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정가 관측통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의 동선과 메시지를 짜는 캠프 보좌진도 정치경험이 부족한 외교관 출신 그룹과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일부 친이(친이명박)계가 주축이 됐고, 그 와중에 양측간 불협화음도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반 전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뉴DJP'(김대중-김종필) 연대의 대상이었던 국민의당은 물론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마저 "매달릴 생각 없다"고 배짱을 튕길 정도다.

그러는 사이 반 전 총장에 대해 "시차 적응을 못했다", "반반 치킨이냐"는 등의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충청권의 한 중진 의원은 "1주일밖에 안됐지만 행보나 발언을 보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훌륭한 자질을 갖췄지만 외교관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인으로서 다른 내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설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 주와 내달 초 국내 착지 과정에서 다소 흐트러졌던 자세를 가다듬고 반등을 꾀하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분명한 메시지 없이 좌우 진영을 넘나드는 '반반(半半) 행보'가 아니라 타깃 지지층을 정하고 그에 따른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권과의 접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기존의 모호한 입장을 정리하고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한다면 대선주자로서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곳을 가고 얘기를 하다 보니 메시지 부재 현상이 나타나고 중심 컨셉트가 흔들렸다"면서 "많은 것을 하지 말고 확실한 것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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