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겨울 한복판인데도 나는 지난 여름 친환경 가수였던 무심천의 매미를 잊을 수 없다.

나에게는 언제나 아침 6시로 맞추어진 알람시계가 있다. 그 시계는 6시만 되면 어김없이 나의 아침을 깨운다. 7월에 들어 나를 깨우는 아름다운 자연의 알람, 그것은 매미의 소리였다.

매미는 노래도 예술이요, 리듬도 예술이다. 검은색으로 짙은 회색 정장을 하고 일주일을 연주하는 ‘7일간의 콘서트’ 매미의 일생. 매미의 공연의상인 좌우의 날개는 맑고도 정교하여 마치 어머니의 무명 저고리 같다. 매미는 지상에 나와 1주일간을 살다간다. 7년간의 애벌레시기를 거친 후에도…….

그의 노래는, 자연이며 환경이며, 사랑이며, 평화 공존의 메시지다.

잠자리채 매미채 구분이 없던 그 시절, 나의 초등학교 시절의 여름방학 숙제엔 반드시 ‘곤충채집’이 있었다. 곤충채집 소재의 1등은 매미였다.

매미를 만나러 산으로 강으로 들로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골로 가야했다. 외가댁이나 할아버지 댁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매미는 바로 오늘의 나를 만든 감성의 장군이다.

흔히들 매미소리를 울음소리라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소리를 노랫소리라 부른다.

한 발짝 한 발짝 나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보는 매미는 여타 예술인들처럼 감각도 뛰어나다. 퍼덕이며 요동치며 잡아보는 매미의 느낌은 자연과의 첫 대면인 것을…….

나에게 잡혀 요동치던 매미는 작은 상자에 들어가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잔인하게 등침에 꽂혀 하얀 사탕 같은 좀약을 만난다.

나비와 잠자리와 풍뎅이들과 함께……. 연이어 강이 나오면 어김없이 송사리나 붕어와 미꾸라지들 찾아다니던 어린 시절이 지금도 새삼 눈물이며 그리움이다.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자연의 알람소리! 매미를 무심천에서 만난다.

무심천에서 만나는 매미는 한없이 아름답다. 매미도 저 청정한 미호천의 모래알 구르는 소리와 우암산을 바라다볼까? 환경지킴이의 애절한 지구온난화를 걱정할까? 철없는 환경파괴의 관광객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일까? 문 닫힌 연초제조창 창문에 부딪혀 떨어진 비둘기 친구를 슬퍼하며 울어주는 것은 아닐까?

나의 생각으로는 ‘갑옷’을 입고 ‘천사의 날개’를 단 매미야 말로 ‘자연 사랑의 진정한 전령사’라고 확신한다. 이슬을 먹으며 목을 축여 소리 높여 노래하는 매미들의 합창처럼, 우리시 청주도 함께 문화로 단합하고 생명으로 어우러져 수난과 경쟁의 시대에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도시의 목소리도 정리되고 다듬어져 봄·여름·가을·겨울 형형색색의 꽃모습과 갖가지 향내를 풍겨내고 우아한 날개 짓으로 지구인들에게 다가가 사뿐히 앉아야 할 것이다.

매미소리 물소리조차 고운 빛깔과 향기로 적어내는 사랑의 편지가 되어 나라전체에 퍼지는 생명의 기원이 되길 바란다.

매미의 삶은 애처롭고도 강인하다. 여름을 나르는 어떤 곤충보다도 짧은 생을 마감한다. 연약한 곤충인 나비보다도 지상의 생명이 짧다. 그러나 그가 불어넣는 생태계와 자연에 주는 교훈은 너무나도 크다. 공존과 평화의 노랫소리는 자연환경 생태계 전반에 희망과 평온을 안겨준다. 매미의 노래와 그들의 합창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소리가 되어 오늘도 이 무더운 햇살아래 하늘을 감동시키고 있다.

우리도 매미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이웃에게 벗들에게 해 끼치지 않으며 희망과 격려의 씨앗을 심으며 살아 갈 수는 없을까?

끝없는 비판과 갈등, 대립과 분열, 다툼과 증오를 털고 화합하며 인내하며, 지금도 뒤쳐져 있는 문화 분야의 발전을 위해 손잡고 힘차게 어깨동무 할 수는 없을까.

오늘 저녁엔 가까운 지인보다 소원하였던 친구들과 매미의 이슬 한 병을 나누고 싶다. 아침이슬로 살아가는 무심천의 매미들처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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