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태극(太極)이라는 단어는 중국의 타이지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단어로, 모든 존재와 가치의 근원이 되는 궁극적 실체를 말한다.

태극은 한국 선도와 도교와 관련되어 있다. 도교에서는 태소(太素), 탄드라밀지에서는 카르마무드라라고 한다.

‘주역(周易)’ 계사전 상편을 보면 “역(易)에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양의(兩儀 : 음양)를 낳고, 양의는 4상(四象 :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을 낳고, 사상은 8괘(乾괘, 坤괘, 坎괘, 離괘, 兌괘, 震괘, 巽괘, 艮괘)를 낳는다”고 되어 있다.

8괘는 복희의 선천 8괘와 문왕의 후천 8괘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팔괘는 문왕의 후천팔괘를 말한다.

송나라 주돈이의 ‘태극도설(太極圖說)’을 보면, “무극이면서 태극이다. 태극이 동하면 양이 되고, 정하면 음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오행(五行)을 덧붙여 태극→음양→오행→만물의 우주론을 성립시켰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이 과정을 역추(逆推)해 “오행이 음양이고, 음양이 태극이며, 태극이 무극이다”라고 말한 점에서 단순히 유출론적 우주론을 주장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성학십도(聖學十圖)는 본래 명칭이 ‘진성학십도차병도(進聖學十圖箚幷圖)’로 ‘퇴계문집’ 내집과 ‘퇴계전서’에 수록되어 있다. ‘성학십도’는 퇴계 이황(李滉)이 68세 때인 1568년(선조 1) 12월에 17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선조가 성왕(聖王)이 되어 온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도록 간절히 바라는 우국충정에서 저술하여 상소했다. 성학십도에는 태극도(太極圖)·서명도(西銘圖)·소학도(小學圖)·대학도(大學圖)·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인설도(仁說圖)·심학도(心學圖)·경재잠도(敬齋箴圖)·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 등이 있다. 앞의 5개 도표는 천도에 근원해 성학을 설명한 것이고, 나머지 5개 도표는 심성에 근원해 성학을 설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제1태극도를 보면, 무극이 태극을 낳고, 태극이 오행을 낳고, 오행이 만물을 낳게 한다고 한다.

유학자인 서우(曙宇) 전병훈((全秉薰) 선생이 일제강점기인 1920년 중국 북경에서 발간해 세계 123개 국가에 배포한 ‘정신철학통편(精神哲學通編)’상편 제1편에 단군천부경 주해를 게재했다.

‘태백일사(太白逸史)’ 소도경전본훈(蘇塗經典本訓) 등에 의하면, 단군 천부경은 지금으로부터 9200여년 전인 환국 시대부터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다가 약 6000년 전 배달국시대(倍達國時代)에 환웅(桓雄)이 신지혁덕(神誌赫德에게 명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문자인 사슴 발자국 모양을 딴 녹도문자(鹿圖文字)로 기록케 하여 전하다가, 단군조선(檀君朝鮮)에 이르러서는 전문(篆文)으로 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시대에 최치원(崔致遠)이 한문으로 옮겨 묘향산 석벽에 새겨 놓았다. 항일독립운동가인 계연수(桂延壽)가 1916년 묘향산에 약초를 캐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해 탁본하여 단군교 신자인 윤효정(尹孝定)에게 주었는데, 윤효정이 전병훈 선생에게 전해주어 ‘정신철학통편’에 게재한 것이다. ‘정신철학통편’ 1편 43쪽에 게재된 단군천부경 주해에 나오는 태극도를 보면, 태극의 양이 동하고 태극의 음이 정하여 5행(金, 木, 水, 火, 土)을 낳고, 5행이 만물을 낳는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태극은 우리나라의 전통문양으로 환국에 기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 제일 오래된 태극 문양은 7세기의 고구려의 무덤이나 백제, 신라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전남 나주 복암리 유적에서 발견된 목간 속 태극 문양은 618년경 무왕 시기의 유적으로 밝혀졌고, 신라에서의 태극 문양은 682년 신문왕 때 창건된 감은사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송나라 주돈이의 태극도보다도 400여년 더 앞선 것이다. 그래서 태극 문양은 중국의 태극에 근본을 한다기보다 한국 고유의 문양으로 인식되고 있다.

태극 문양은 3태극, 4태극으로 변모하면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태극 문양은태극기·향교·북과 부채·패럴림픽 심볼, 관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아메리카와 유럽에도 전래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