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구심점 돼달라'에도 긍정 반응…"정치교체 조건은 개헌"

(동양일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기성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이른바 '제3지대'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마포 사무실 인근 호텔에서 만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몇몇이 제3지대론을 언급하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연합뉴스에 전했다.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정치 세력화를 모색하되, 진보보다는 보수진영에 터전을 잡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3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새누리당 민경욱, 이만희, 최교일 등 초선의원들과 회동을 하고 있다.

참석 의원들이 '보수 대통합의 구심점이 돼 달라'고 하자 반 전 총장은 고개를 끄덕였으며, '중도 쪽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제안에도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반 전 총장은 또 "중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기자들에게) 새누리당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새누리당 안 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답변했고, "바른정당 간다는 이야기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반 전 총장은 어느 정당에 가겠다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는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회동에 참석했던 민경욱 의원은 "의원들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입당 관련한 말이 있지 않았냐. 복수의 언론에 보도도 있었다'고 하자 '그런 것이 아니다. 통합적으로 가야지 선별적으로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이 내세운 '정치교체'의 조건으로 개헌을 강조하며 "30년 된 헌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민생 투어' 과정에서 드러난 몇몇 실수나 해프닝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보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몇 년 동안 준비해 온 사람과 한 달 동안 준비한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억울함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은 이 밖에 "정치권과의 교류를 넓혀달라",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 "민생 문제에 주력해달라", "서민 문제와 청년 일자리에 역점을 둬 달라"는 제안을 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을 만난 의원은 박덕흠, 권석창, 이만희, 최교일, 이양수, 이철규, 민경욱, 박찬우, 김성원 등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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