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한국교통대 교수)

▲ 홍연기(한국교통대 교수)

다보스(Davos)는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에 있는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그저 겨울철 리조트로 알려진 다보스가 매년 1월마다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WEF) 때문이다. 세계 경제 포럼은 1971년 클라우스 슈밥이 창설한 유럽 경영 포럼으로 시작되었으며 1981년 이후로는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차 총회가 개최되었으므로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보스 포럼에는 포럼 회원 기업의 CEO, 주요 국가 정치인, 학계와 NGO 등이 참여하여 세계적인 이슈에 대한 과제와 이해 대한 해법을 논의하게 된다.

지난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WEF의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을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생명공학, 물리학 등을 융합하는 기술 혁명으로 정의하였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 2차 산업혁명이 전기 동력에 의한 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라면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지능형 공장과 제품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자동화에 따른 생산 혁신이 3차 산업혁명의 성과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고객별 맞춤형 생산이 가능한 ‘생각하는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주방가구 업체인 노빌리아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정보와 조립 방법을 제조라인의 기계에 입력하여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주방가구를 맞춤형으로 생산하고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요약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사물 인터넷을 통한 초연결, 데이터 기반 산업, 고객 맞춤형 스마트 제조 및 공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술로는 인공지능, 3D 프린팅, 로봇공학, 자율 주행, 바이오 기술, 신소재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이 현재의 새로운 산업 혁명의 흐름에 단지 네 번째라는 숫자만 부여한 것이란 이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금의 산업 혁명 단계가 종래의 3차 산업혁명의 진행형이든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든 간에 유비쿼터스와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 및 기계 학습을 무기로 새로운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록 4차 산업혁명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고는 하나 이들이 산업과 사회에 가져올 영향과 그 속도를 고려하면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 그런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기술에 대해 우리나라가 충실히 대비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로 IT 분야에서 세계적인 찬사를 받던 우리나라가 IT와 관련해서 여전히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 밖에 언급할 거리가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 이상 IT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파괴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기 보다는 아직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고 질보다는 양적 성과 위주의 왜곡된 성과주의도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정책적으로 창업을 강조하지만 정작 실패한 창업에 대한 모든 책임을 오로지 창업자 혼자 져야 하는 풍토에서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진 창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이르기 까지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학습시간과 사교육 비용을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 후 이들의 선택이 공시족을 포함한 단지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현실을 볼 때 창업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하겠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기업 활동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국민 개개인의 창조성이 누군가에 의해 재단 되어서도 안 된다. 특정한 사실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해석을 강제해서도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술간, 학문간 자유로운 소통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조될 수 있는 협업 공간과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낡은 틀을 깨지 못하면 4차 산업 혁명을 시도조차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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