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유진룡·김종 등 불리한 증언에 "세월 바뀌니…"

(동양일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해 전직 장·차관과 청와대 고위 참모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쏟아내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측근 참모였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최근 법정에서 미르재단 등의 대기업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데 이어 23일에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각각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정유라 씨 승마 지원 등에 관해 폭로성 발언을 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20분 이상의 '작심발언'을 통해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언급, 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박 대통령 측에서는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하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을 겨냥해 "정부에서 할 만큼 한 사람이 세월이 바뀌었다고 그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공무원은 법치 행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사의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다고 배운다"며 "유 전 장관과 문체부 공무원들은 배운 대로 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다 하면서도 증거를 모아 특검에 냈다는 것인데 영혼이 있는 공무원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의 진술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박 대통령의 기본 입장과 어긋나기 때문에 파장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 21일 변호인 명의로 "소위 '블랙리스트' 작성을 어느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배포한 데 이어, 유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몰랐다"고 거듭 반박했다.

반면 모든 사태의 단초가 된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자신의 재판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끝까지 '모르쇠'로 입을 다물고 있어 관료 또는 참모들과 대조를 이룬다는 지적이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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