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자유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할 일은 아니다. 단지 의견이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만 자기 생각이 옳다고 좀비처럼 막말을 쏟아내면 그건 공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맹활약을 하는 정치인이 있다. 막말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김진태(53·강원 춘천시) 새누리당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재선의 김 의원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가히 핵폭탄급이다. 공안검사 출신 아니랄까봐 튀는 애국심은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나와 사법시험을 거쳐 17년동안 검사생활을 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그가 어떻게 저런 식의 막말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지 이유가 궁금해진다.

김 의원이 세월호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게 대표적이다. 세월호 유족을 종북세력으로 모는 것도 모자라 “세월호 선체 인양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니 인양하지 말자.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거다”라고 비하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씨와 관련해선 물대포로 얼굴뼈가 부러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물대포가 약하다면 김 의원 자신이 직접 맞아보라는 조롱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우병우 비리’가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지기 직전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의 호화 해외여행에 동행했던 언론인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공개해 사태를 반전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때 청와대로부터 정보를 받아 폭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지만 밝혀진 것은 없다.

그의 진가는 주말마다 열리는 탄핵반대 친박단체 집회에서 더욱 빛난다. 하기야 친박계 꼬리를 달고 온갖 영화를 누리던 의원들이 최순실 게이트 이후 몸을 사리는 것과는 달리 고정 게스트로 나와 의리를 천하에 과시하고 있으니 최고 인기를 누릴 법 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좌파 세력에게 국비를 지원해야 되느냐”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종북좌파들이 나랏돈 받아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명단을 만든 게 뭐가 잘못이냐”는 항변인 셈이다. 이렇게 좋은 일인데, 왜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장관은 모른다고 발뺌하는 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대통령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김 의원이 블랙리스트 만든 걸 잘 했다고 하니 되레 대통령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셈이다.

촛불은 바람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는 그의 발언에 시민들은 “미안하다···LED촛불이다. 김진태 너나 꺼져”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또 광화문 촛불 집회에 불순세력이 있다며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으나 연인원 1000만명이 넘는 집회에서 사법처리된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에서 그의 주장은 허언으로 드러났다.

설 연휴기간 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국내 활동이 성에 차지 않은지 외국에 나가 태극기를 흔들겠다고 호언했다. 오는 26일 대구 집회에 이어 28일 캐나다 터론토를 거쳐 3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명절기간에는 지역구를 돌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게 통상적 활동인데 김 의원은 ‘박근혜 지킴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현지 교민들로부터 보기좋게 퇴짜맞았다.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는 “김 의원은 국내 망신도 모자라 해외에서까지 꼴불견을 과시하겠다는거냐”며 “하필이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 한인동포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겠다는 추태”라며 캐나다에 오지 말라고 했다.

김 의원의 막말 고공행진에 당혹해 하는 사람은 정작 그를 선택한 춘천시민이다. 오죽하면 지난 21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국민우환 춘천망신 김진태 사퇴 촉구 춘천시민결의대회’를 열었을까. 이 자리에서 춘천시민들은 ‘김진태 X소리에 쪽팔려서 못 살겠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잘못 뽑았다”며 사죄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막말과 촌철살인은 한끝 차이다. 촌철살인은 위트가 번뜩이는 거고, 막말은 기가 막히게 만드는 거다. 김 의원은 더 이상 자신의 입을 더럽히지 말거니와 국민들의 귀도 오염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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