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경제상황이 계속되면서 갈수록 얼어붙는 기부문화의 불씨가 돼야 할 충북도가 되레 이를 훼방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11월 도내 11개 시·군에 연중 시행되는 각종 기부·모금활동이 기부금품법과 부정청탁법(일명 김영란법)에 위반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이를 두고 연중 시행되는 각종 기부·모금활동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적극 장려하고 있는 반면 행정자치부는 제한하고 있어 부처간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충북도가 섣부른 공문을 하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충북도의 기부·모금 제한공문이 자칫 매년 민간 주도로 열리고 있는 희망나눔캠페인과 사랑의 점심나누기, 연탄나누기 등의 모금행사를 위축시키지나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도의 기부·모금행위 지원 제한 공문이 지방정부를 대신해 사회 소외계층의 추운 겨울나기에 훈풍을 지피려는 민간 기부천사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민간사회단체의 성금 모금활동에 적극 참여·지원하고 싶지만 이 같은 충북도의 공문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이런 충북도의 다소 납득하기 힘든 행보가 연말연시 전국 광역 시·도별 모금액 성과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전국 사랑의 온도탑은 충남 108.7도, 대전 101.2도, 인천 120도, 대구 118.6도 등 8개 시·도가 이미 100도를 넘겼고 강원(90.3도)과 세종(90도) 등 대다수 지역들이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기준 충북은 목표액(64억원)의 79.8%인 51억1000만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4.4% 수준이라고 하니 충북도의 복지정책 추진 의지를 엿보게 한다.
충북과 도세가 비슷한 전북이 일찌감치 사랑의 온도탑 100도를 널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도 말단 행정 공무원부터 윗선까지 모금 지원활동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모금액이 62억원에 그쳐 중앙회 배분지원금을 모두 합친 148억원으로 도내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 독거노인들을 도와야 했다고 한다.
자고로 지난 역사 속에서 답을 찾는다고 했던가. 고구려 고국천왕은 빈민 구제책 일환으로 먹을거리가 부족한 봄에 곡식을 빌려줬다가 가을에 추수해 되갚는 ‘진대법’을 실시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향약(鄕約) 4대 강목 중 하나인 환난상휼(患難相恤)은 예부터 선조들이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그대로 보아 넘기지 않고 어떻게 도왔는지를 알게 해 준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는 유독 민란이 많이 발생했던 조선말 조선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빈민구제책이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조선 말 상황은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농업 생산성 저하, 경제체제와 국가재정의 전반적 붕괴, 민심 이반, 국제정세의 급변, 저급한 리더십 등이 서로 맞물려 있었다. 이에 도민들은 충북도가 더 이상 저급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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