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극 ‘더 킹’과 남북공조수사 다룬 ‘공조’의 흥행 대결
좀비떼 맞서는 불사신 여전사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최종편
이준기·밀라 요보비치의 오토바이 추격·일대일 격투신 볼만
한·미·일 애니메이션도 잇따라… 아이들과 함께 즐길수 있어

 

설 연휴를 앞두고 영화계가 영화 성찬을 준비하고 관객들을 맞는다.
한국영화 기대작 2편이 일찌감치 개봉해 기선잡기에 나섰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화들도 대부분 25일 개봉, 관객 잡기에 나섰다.
올 설 연휴 온가족이 함께 극장가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겠다.

●‘더 킹’ vs ‘공조’
이번 설 연휴의 관전 포인트는 ‘더 킹’과 ‘공조’의 흥행 대결이다.
개봉 초반 승기는 ‘더 킹’ 이 잡았지만, ‘공조’가 빠르게 따라잡는 중이어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설 연휴가 나흘(27∼30일)인 점을 고려하면 두 영화 모두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윈윈할 가능성도 있다.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더 킹’은 정치풍자극이다.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명맥을 이어가며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실세 검사들의 모습을 통해 이 땅의 진정한 왕은 누구인지 묻는다.
조인성이 고등학생부터 40대 검사까지 연기하며, 정우성이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검사 한강식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영화 ‘더 킹’은 권력을 좇던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평범한 검사 박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실세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권력을 누리지만, 스스로 왕이 되려 했다가 몰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나쁜 짓을 하면 천벌을 받고 지옥 간다”는 태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날마다 싸움이나 일삼던 고등학생 태수는 아버지가 검사에게 뺨을 맞는 모습을 본 뒤 검사가 되길 꿈꾼다.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던 태수가 검사가 되기까지 과정은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롤러스케이트장 등 백색소음이 있는 곳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태수는 가뿐히 서울대 법학과에 합격한다. 여자친구 때문에 얼떨결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군대에 끌려간 뒤에는 고시공부를 해 사법고시에 단번에 붙는다. 이후 준재벌의 딸이자 미모의 아나운서를 아내로 맞는다. 여기까지는 ‘개천에서 용이 된’ 검사들의 일반적인 수순이다.
태수는 그러나 반복되는 야근, 박봉 등 일반 샐러리맨과 다름없는 검사 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 든든한 뒷배를 가진 여고생 성폭행범을 풀어주는 대가로 한강식의 라인을 타게 된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대한민국의 1%만 누릴 수 있는 권력의 세계에 발을 담근다.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를 소재로 한 영화 ‘공조’는 지향점이 확실한 작품이다.
외모는 물론 성격과 수사방식까지 완전히 다른 남북의 형사 콤비를 통해 웃음과 액션, 브로맨스를 보여주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의 두 축인 현빈과 유해진이 제 몫을 다해내면서 공조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형사가 공조 수사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북한 특수 정예부대 출신 림철령(현빈)은 서울로 탈주한 북한 범죄 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을 체포하고, 위조지폐 동판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주어진 시간은 단 사흘. 자신의 부대원들을 차기성의 손에 모두 잃은 림철령은 그를 잡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추격전을 펼친다.
강진태(유해진)는 남한의 형사다. 코앞에서 용의자를 놓치고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그는 북한에서 온 림철령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되, 그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은밀히 방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행동은 느리고, 주로 말로 수사하는 강진태는 말보다 행동이 빠른 림철령을 감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떠나 현빈의 현란한 액션과 유해진의 코믹 연기가 어우러져 볼거리와 웃음, 감동을 준다. 북한의 범죄조직 리더 역을 맡아 악역을 선보인 김주혁과 스크린에 처음 도전한 소녀시대 임윤아(윤아)의 코믹 연기도 볼만하다. ‘더 킹’은 뉴(NEW)가, ‘공조’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두 메이저 배급사 간 경쟁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여전사 활약 보고 싶다면…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
남성이 주연인 영화 말고, 여성의 화끈한 활약을 보고 싶다면 할리우드 영화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에 눈을 돌려보자.
25일 국내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은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파멸의 근원지 라쿤 시티로 돌아온 인류의 유일한 희망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적에 맞서 마지막 전쟁을 한다는 내용이다.
2002년 처음 나온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최종편으로, 밀라 요보비치의 강렬한 걸크러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밀라 요보비치는 수천, 수만의 좀비 떼의 공격에도 꿋꿋이 살아남는 불사신의 여전사로 나온다. 자동차, 오토바이 추격신은 물론 와이어 액션, 맨몸 격투기 등 고강도의 액션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 작품에 특별 출연한 이준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이준기는 밀라 요보비치와 일대일 격투신을 선보이며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이준기의 팬이라면 좀비 떼의 추격을 받는 이준기의 모습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영화 홍보차 지난 13일 한국을 찾은 밀라 요보비치는 자신의 SNS에서 태권도를 배우는 딸의 모습을 공개하는 가 하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불고기를 좋아한다’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 실화의 감동… ‘딥워터 호라이즌’ vs ‘재키’
영화적 상상력 대신 실화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 2편도 25일 나란히 개봉했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해양 석유 유출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영국 석유업체 BP는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안전검사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밀어붙인다.
시추선의 총 책임자 지미와 엔지니어 팀장인 마이크(마크 월버그)의 반대에도 본사 관리자는 작업을 강행하고, 결국 배는 압력을 이기지 못해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재난영화의 정석을 따른다. 평온한 일상 뒤 갑자기 찾아온 재난, 재난과의 사투 그리고 동료애, 가족애 등을 그려냈다. 아파트 24층 높이까지 치솟은 불기둥이나 크레인이 쓰러지는 모습 등 선상 위에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사망자 11명, 중상자 17명의 희생자를 내고 결국 36시간 만에 침몰했다. 또 폭발 이후 5개월간 약 7억7800만ℓ, 2007년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62배에 달하는 원유가 유출됐다.
영화는 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이 결국 인간의 탐욕에서 빚어진 인재임을 보여준다. 그래도 사고 뒤 발 빠르게 인명을 구조하고, 사고를 수습하는 미국의 재난 대응 체계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재키’는 미국의 35대 대통령인 존 F.케네디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애칭 재키) 여사를 조망한다. 그렇다고 재클린의 일대기를 다룬 것은 아니다.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퍼스트레이디가 된 재클린이 남편의 암살 순간에 느껴야 했던 공포와 그 와중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등에 초점을 맞춘다.
‘블랙 스완’의 내털리 포트먼이 철저한 조사와 집요한 해석, 끊임없는 연습으로 재클린의 가장 불안정하고 연약했던 순간을 표현해냈다.

● 한·미·일·러 애니메이션 ‘격돌’
다양한 국적의 애니메이션도 개학을 앞둔 어린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한국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W:블랙미러의 부활’이 막판 관객 잡기에 나선다. 여기에 ‘러시아의 뽀로로’라고 불리는 ‘키코리키:황금모자의 비밀’도 25일 개봉했다. 무엇이든 무한 변신이 가능한 신비한 황금모자를 둘러싸고 키코리키 섬 친구들이 펼치는 모험을 그렸다. 2004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 60개국, 20여 개 언어로 방영된 러시아의 인기 TV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바닷속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는 옥토넛 대원들의 모험을 그린 ‘바다 탐험대 옥토넛 시즌 4:바다 괴물 대소동’도 25일 합류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한 ‘너의 이름은’은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서로 뒤바뀐 시골소녀와 도시소년 사이에 얽힌 인연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해 일본 최고 흥행작으로, 1640만 명을 동원했다. 이는 애니메이션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은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2위의 흥행 기록이다.
‘너의 이름은’의 한국보다 앞서 개봉한 중국과 홍콩, 태국,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때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고, 그 후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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