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기자회견…야권 대선구도에 변화 불가피

"민주개혁세력 단결로 새정부 성공해야"…박원순측 "열린 마음 가져야" 지도부 우회비판

"당 경선규칙 결정과 관계없다" 문구, 초안에 있다가 최종문에 빠져

 

 (동양일보) 야권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이번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야권 공동정부 구성 및 공동경선을 요구하며 지도부의 경선 일정 진행에 강력하게 반발해온 박 시장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에 중도에 하차함에 따라 조기대선 국면에서 야권의 대선 경쟁구도도 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예비후보 등록에 들어간 상태로, 지도부 경선관리의 공정성을 제기해온 주자가 예비후보 등록 첫날 하차하면서 초반부터 경선 흥행에 돌발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4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비록 후보로서의 길을 접지만 앞으로 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저의 결정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기대, 그리고 저의 역할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정권교체 이후 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다시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을 안전하고 시민들이 행복한 세계 최고의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그동안 저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전국의 모든 지지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 성찰과 단련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문 초안에 있던 "당의 경선 규칙 결정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는 문구는 최종본에서는 빠졌다.

박 시장은 전날 밤 대선 불출마를 최종 결심한 뒤 일부 가까운 당내 인사들에게 결심을 전했으나, 추미애 대표 등 당 지도부에는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측 박홍근 의원은 박 시장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탈당 가능성과 관련, "전혀 그렇지 않다. 절대 아니다.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때 국민의당 일각에서 탈당을 언급한데 대해 "그분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박 시장도 경선 룰 문제 때문에 결심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며 "국민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번 조기대선 국면에서 자신에게 기회가 오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타후보 지원 및 연대 문제에 대해선 "지금 딱히 어떤(특정)후보와의 지지나 연대를 염두에 두고 결심하지는 않았다.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국민께 설 전에 말씀드리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도리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좀더 역동적 경선이 본선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민주당과 야3당, 대선주자들이 열린마음으로 하는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라며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박 시장의 이후 행보에 대해 "국가대개혁에 시장으로서 어떻게 더 기여할지 고민할 것이며, 대선 승리를 위해 본인이 당원으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3선 도전 여부 등 향후 행보에 대해선 "지금 그런 걸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기동민 의원은 "박 시장은 공동정부가 정권교체를 위한 필수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는 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고 유력 대선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보수진영 결집 등을 감안할 때 3% 포인트 내외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박 시장의 가치와 정신을 적극 검토, 정권교체에 기여할 방도를 찾아주길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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