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청원구청 세무과 주무관

 

나는 금년을, 지난 해 벽두에 문득 떠올라서 그랬듯이 ‘세잔갱작(洗盞更酌)’이란 말로 시작한다. 이 말은 잔을 씻고 술을 새로 따른다는 뜻으로, 소동파(소식)의 ‘적벽부’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을 냉소하지 않고 새해에 대해 과도하게 기대하지도 않고, 일상을 되돌아보고 평온한 마음으로 새 출발하자고 하기에 이 말을 다시 되새겨보려는 것이다. 새해 출발선에서 본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재무설계를 하고, 가족생애주기를 고려함으로써 각 단계에 적합한 재무목표와 수단을 선택하고, 장래에 있을 일들을 미리 예상해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녀가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루면 그 시점으로부터 자녀의 출산, 육아비용, 주택구입자금 마련, 자녀의 결혼자금 마련, 자녀의 결혼, 부모의 칠순 등 목돈 드는 일이 계속 생기게 된다, 이러한 지출은 평소의 소득으로 충당하기에는 너무 커서, 생애주기에 따른 소득흐름을 파악하여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애주기에는 각 단계마다 중요한 사건이 있고, 이 사건에 따라 지출에 대한 요구도가 결정된다. 생애주기를 사회초년기, 가정 형성기, 가정성숙기, 노후 생활기로 구분하여 인생을 각 가계가 겪는 사건에 대응시키면 다음과 같다.

사회초년기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은 취업과 결혼이다. 생애주기에 있어서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반드시 예산을 잡고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취업시점에서부터 결혼자금마련을 위한 계획적인 저축과 부채관리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 형성기에 들어서면 직장에서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자기계발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시기로 결혼생활 초기의 여러 가지 지출이나 자녀의 출산, 육아, 자녀 교육, 주택마련 등 큰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통계청이 자기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결혼 후 주택마련까지는 평균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주택자금의 조성과 더불어 부족한 주택자금의 대출을 대비하여 주택청약제도의 이용과 합리적 소비지출 등 장기저축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단계로 매우 중요한 시기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가정 성숙기는 소득은 상당히 증가하지만 주택자금 융자의 부담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자녀교육비용이 본격적으로 들게 되며 노후생활 준비를 준비해야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은퇴 및 노후생활준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주택마련 등으로 인한 부채부담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금형성뿐만 아니라 부채관리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확한 금리동향의 예측을 통해 융자조건의 변화나 반환 등을 언제 어떤 수단으로 행하면 유리한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퇴직과 재취업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퇴직금의 적절한 운용이 필요하다. 자녀의 대학교육의 부담이 여전히 따르는 시기이기도 한다. 성장한 자녀들의 재무적 요구나 노부모에 대한 부양책임 등은 경제사정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노후 생활기는 자산의 안전한 보전을 고려할 때이다. 예컨대 퇴직금을 운용할 때에도 원금이 안전하게 보존되는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 상실이나 불의의 사건을 위해서 언제라도 찾아 쓸 수 있는 비상자금을 반드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상속계획과 세금관리도 중요한 시기이다. 또한 이 시기는 노후자금 점검, 의료, 건강보험 재점검, 배우자와 함께 재무활동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애주기를 보내는 동안의 성적표를 볼 수 있는 시기로 과거 인생을 돌아보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들만의 삶의 가치를 찾아 나서게 되는 시기이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다. 예로부터 정유년의 ‘정’은 불의 기운을 의미하고, ‘붉다’는 것은 ‘밝다’를 의미하기도 해, 즉 ‘총명함’을 상징한다. 정유년에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생애주기에 따른 재무설계를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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