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신도시 산단 1만5천평 부지에 500병상 규모

▲ 충주시가 충북대병원 분원부지로 검토 중인 서충주신도시 산업단지(노란색 부분) 예정부지. <충주시>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의료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 10개(치과병원 제외) 국립대병원 중 7개 병원이 분원을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가운데 충북대학교병원이 충주에 분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충북북부지역 의료공백 해소… 지역주민 ‘환영’

지역의료계 타격 우려도· “타당성 엄격히 따져봐야”

 

충북대병원은 지난해 12월께 서충주신도시 일원 산업단지 예정부지를 방문해 충북대병원 분원부지로 적합한 곳을 둘러본 뒤 충주시 관계자와 분원설립을 수차례 협의했고, 충주시에선 2월중 타당성조사용역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동양일보 취재결과 밝혀졌다.

예상되는 충북대병원 분원은 500병상 규모로 1만5000평 규모의 부지와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조명찬 충북대병원장은 “본원에 첨단 암병원(의생명진료연구동) 건립을 앞둔 상황에서 지금 당장 분원설립을 할 여력은 없지만 환자들의 역외유출이 심한 충주와 제천, 단양 등 북부권을 비롯해 충북혁신도시인 진천·음성과 괴산 등 중부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서충주를 분원 대상지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충북 북부권은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주민 대부분이 서울 등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분원설립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자체의 의지가 확고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며 “만약 이러한 요건들이 충족되는 시기가 도래하면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써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분원설립에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이며 충주분원 계획을 시인했다.

충북 북부지역과 중부지역 주민들에게 충북대병원의 분원유치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해당지역 주민들은 지역 의료시설에 비해 규모나 시설, 의료기술이 뛰어난 타 지역의 병원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부지역은 강원도 원주기독병원으로, 중부지역은 청주의 충북대병원과 성모병원 등을 비롯해 서울의 대형종합병원 등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주의 한 시민은 “내 가족이 아파서 병원을 가야될 때 유능한 의료진과 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병원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충북대병원 분원이 생긴다면 지역민들이 굳이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가지 않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솔직히 지역병원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감기나 간단한 치료 외에는 무조건 원주나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고 있어 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급한 환자의 경우 먼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 분원건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충북대병원도 충주에 분원설립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충북대병원은 전남대, 부산대, 경북대 등 다른 국립대병원들이 동분서주하며 분원건립을 추진할 때만 해도 그저 다른 지역의 일로 여기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 코앞인 세종시를 충남대병원에 뺏기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후 충북대병원은 오송과 진천·음성 충북혁신도시에 분원유치를 검토해 왔지만 의료수요와 수익성이 떨어져 분원설립을 포기했다.

충남대병원 분원이 2019년 초 세종시 도담동 종합의료시설부지 1-4구역에 지하 3층~지상 11층, 500병상 규모로 문을 열게 되면 오송, 강내 등 세종시와 맞닿은 지역의 역외유출은 불 보듯 뻔하다. 더욱이 충북북부(제천, 단양)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고 있는 강원도 원주에 강원대병원이 분원을 추진하고 있어 자칫 시기를 놓치게 되면 분원건립의 추진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1999년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해오다 2015년 2월 조명찬 원장 취임이후 경영구조 개선에 착수했고 지난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적자구조를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새로운 수입원을 찾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병원운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욱이 충북대병원은 올해 말 착공될 첨단암병원(의생명진료연구동)을 끝으로 더 이상의 시설을 유치할 수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지역의 의료공백 해소와 지역거점 병원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분원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충주분원 설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충주의 한 병원관계자는 “충북대병원 분원이 충주에 들어서게 되면 기존 건국대병원과 충주의료원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 의료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분원유치에 대한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분원을 운영 중인 국립대병원은 서울대(분당), 부산대(양산), 경상대(창원), 전남대(화순), 경북대(칠곡) 등 5개 병원이 있다.

가장먼저 분원을 설립한 서울대병원은 2003년 1월 경기도 분당에 1328병상 규모의 분원을 설립, 크게 늘어난 의료수요를 해결함과 동시에 스마트병원을 표방하면서 환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전남대병원은 2004년 684병상의 화순전남대병원을 개원해 한 해 평균 50만 명에 이르는 외래환자를 받고 있고, 부산대병원도 2008년 경남 양산시에 1235병상의 양산부산대병원을 오픈해 매년 6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2011년 대구시 북구에 595병상의 칠곡경북대병원을, 경상대병원은 지난해 창원시에 701병상의 분원을 운영하며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충남대(세종)와 전북대(군산)는 분원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분원이 없는 곳은 충북대와 강원대, 제주대 등 3곳뿐이다.

충주시 관계자는 “여러 건강·보건지표에 나와 있듯이 충북북부권 주민들의 의료혜택과 건강상태가 매우 나쁜 상태”라며 “무엇보다도 충주시민의 소중한 건강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분원유치의 타당성을 꼼꼼히 살펴본 뒤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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