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망론’의 중심축에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진로 선택이 임박해졌다.
반 전 총장 앞에는 기존 정당 입당, 독자 신당 창당, 별도 세력 구축 후 다른 정당과의 연대 모색 등이 놓여 있다.
범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만큼 반 전 총장의 결정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거취문제를 놓고 고민이 길어지면서 설(28일) 전후 탈당해 그를 지원하려던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보도 일단 멈췄다.
반 전 총장은 이번 설 연휴 기간 고향을 찾아 성묘를 다녀온 것 외에 특별한 외부 일정은 없다. 민심의 향배와 추이를 관망하면서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설날에 고향인 충북 음성을 찾아 ‘망중한’을 즐겼다. 지난 28일 오전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음성에 도착, 생가 주변 부친의 묘소에서 성묘한 뒤 인근 식당에서 일가친척 10여명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반 전 총장은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곧장 서울로 돌아와 사당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충주에 있는 모친의 자택도 방문을 검토했지만 수행원들의 명절 연휴를 위해 귀가를 서두르는 배려를 보인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정작 반 전 총장 본인으로서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연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지난 12일 귀국 직후부터 시작된 광폭 행보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귀국 전부터 꼬리를 물었던 23만달러 수수설, 동생 및 조카 기소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그 결과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위를 내준 동시에 지지율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반 전 총장은 최근 외부 일정을 최대한 자체하는 등 대권 행보의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다.
당초 반 전 총장의 행보와 맞물려 새누리당 탈당까지 고려했던 의원들은 그 시기를 미루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설 연휴 후 공개될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도 변화가 탈당시기와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다른 주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핵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각 후보들이 본격 대선 행보에 돌입하고 있지만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제시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와 ‘통합’을 외치고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다짐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비전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내건 ‘정치교체’는 정치 입문, 대선 도전의 뜻을 세운 이유였던 만큼 꼭 대선이 아니더라도 낙후한 한국 정치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
대선 캠프 내에선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지 말고 본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자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원칙과 소신을 우선해 진정성 있는 최선의 길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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