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 속 다양하게 묘사되는 ‘아버지’ 해석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녀들을 공부시킬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앞만 보며 외롭게 달려온 아버지들. 이제는 아버지들도 위로받고, 이해받아야 한다.

한채화(62·사진) 증평형석고 교장이 최근 ‘아버지의 아이디’를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아버지’ 캐릭터를 제시함으로써 우리들의 아버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버지’를 정의하는 학문적인 연구는 선행돼 있었다. 그러나 이론적인 것으로는 아버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그래서 한 교장은 소설이 보여주는 다양한 아버지들과 그에 얽힌 사건들을 제시하며 아버지의 세계를 이해한다.

그는 로그인을 위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듯 아버지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빌려 아버지의 세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제시되고 있는 아버지의 세계에서 아버지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아버지를 이해하려 했다.

김소진 소설가의 ‘아버지의 자리’를 통해서 아버지의 정체성을 찾는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무능한 아버지를 지켜보며 아버지라는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주인공도 실직과 부상의 아픔을 겪으며 딸에게 거부당하자 과거 아버지의 처지가 생각나 씁쓸해 진다. 한 교장은 이러한 캐릭터를 제시하면서 아버지 정체성을 경제적 능력을 바탕으로 정립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정립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 교장은 책에서 1990년대를 전후하여 최근까지 발표된 소설 가운데 아버지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성석제 작가의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 김철우 작가의 ‘아버지의 땅’, 최문정 작가의 ‘아빠의 별’,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 박범신 작가의 ‘소금’ 등 모두 7편을 골라 아버지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설 속 묘사되는 아버지의 정체성은 시대별로 약간씩 달랐다. 1990년대 소설 속에서는 주로 아버지의 희생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2000년에 들어서 아버지들은 일탈을 시작했다.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보다 새로운 아버지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박범신 작가의 ‘소금’이라고 한 교장은 설명했다.

책은 아버지를 하나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저 소설 속 다양한 아버지들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독자들이 제시된 모습들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가족과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 교장이 아버지에 집중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간성이 상실되는 현대사회에서 ‘부성(父性)’이 인간성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교장은 “아버지는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사랑받고자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버지의 양가성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아버지의 캐릭터와 얽힌 사건들을 통해 아버지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청주운호고와 청주교대, 한남대를 졸업했다. 청주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문학평론 신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개화기 이후의 춘향전 연구’, ‘초려에 바람들다’가 있다. 창조문학가협회 부회장, 문학동아리 ‘청비’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고두미, 255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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