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정상화 함께한 직원들께 감사, 기대 어긋남 없이 반드시 보답할 터”

“취임 후 지금까지 여성조합장이란 편견과 부실조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매우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조합의 흑자전환을 위해 퇴근도 마다하고 야근을 해야 했던 임·직원들과 조합 정상화를 묵묵히 기다리고 응원해주신 조합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편견 딛고 일어선 충북 최초 여성조합장

취임 1년여 만에 ‘부실조합’ 오명 씻어

휴가까지 반납한채 경제사업 내시화 노력

작년 당기순익 6억… 흑자전한 이끌어

4월 로컬푸드 진출 등 경제사업 활성화

 

충북 최초의 여성 농협조합장인 안정숙(66·사진·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단재로461·☏043-297-4820) 청주청남농협 조합장이 취임 1년여 만에 ‘관리대상조합’, ‘문제조합’으로 손가락질 받던 청남농협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청남농협은 2014년 7억원의 손실을 입은데 이어 2015년에도 7억3000만원의 적자를 보는 등 부실채권이 연이어 발생했다. 업체의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진행된 부실기업 대출이 화근이었다. 조합 이미지는 추락했고 직원들은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큰 위기에 봉착했다.

안 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조합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부실조합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먼저 청남농협을 거래하는 100여 곳의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조합의 재정상황과 적자발생 이유,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한 순회 설명회를 가졌다. 처음엔 동요하던 직원과 조합원들도 시간이 흐르자 점차 안정을 되찾고 조합 정상화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청남농협은 농협충북본부에서 검사팀, 회원관리팀, 기획총무팀장 출신의 베테랑 기획운영전문가인 신현성 전 괴산군지부장을 상임이사로 영입해 보험·대출사업을 강화하고 연체채권을 정리해 나가는 등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5월과 8월에는 농협중앙회에 요청해 경영컨설팅, 상호금융컨설팅을 각각 실시해 조합의 문제점을 면밀히 조사하고 보완하면서 예금유치와 경제사업 내실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신규조합원과 대의원, 원로조합원을 대상으로 조합정상화를 위한 의식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공동체의식을 높였다.

안 조합장은 “한 번의 컨설팅을 받기 위해선 1주일 동안 꼬박 야근을 하며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등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휴가도 반납하고 고생한 직원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회상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조합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남농협은 지난해 경제사업 내실화와 적극적인 신용사업 진출을 통해 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2014년과 2015년 연거푸 7억여 원의 손실과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10억 원의 흑자를 낸 셈이다. 경영의 투명성과 리스크 관리 강화로 연체율을 0.3%대 수준까지 낮췄고, 대출금 규모를 한 해 동안 200억원 가까이 늘리는 등 경영 안정화를 꾀했다. 자기자본비율(BIS)은 34.13%(기준 10%), 순자본비율도 10.16%(기준 4%)로 전국평균을 훨씬 웃돌면서 경영평가 9등급에서 2등급으로 껑충 뛰어올라 관리대상조합에서 벗어났다. 부실채권을 정리해 연체비율을 0.44%까지 낮췄고 잔고가 거의 비었던 신용대손충당금도 14억5000만원을 채워 넣으면서 대손충당금 적립금 비율도 118%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에는 건실한 농협임을 보증하는 ‘클린뱅크(실버등급)’로 도약, 경영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

이밖에도 청남농협은 지난해 톤백용 저울 21대를 지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 조합원들에게 소금 20㎏들이 2포대를 나눠줬다. 또 농산물 포장재 지원, 농기계이동순회 수리차량을 도입하는 등 조합원 실익사업을 추진했다. 올해에는 고령 및 소규모 영세농가를 위한 텃밭 갈아주기 사업과 300대 가량의 소형 동력분무기를 구입해 조합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4월엔 농협중앙회로부터 5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로컬푸드사업에 본격 진출, 경제사업 활성화를 모색할 예정이어서 어느 때보다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

“청남농협 거래지역인 가덕면, 남일면, 문의면은 다른 지역의 농촌과 마찬가지로 초고령화 단계로 진입했음에도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조합원들이 많습니다. 충북 최초이자 전국적으로도 5명에 불과한 여성 농협 조합장으로서 재임기간 동안 조합원들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최고의 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여성 특유의 세심함으로 조합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고 권위적이지 않은 털털함으로 직원들은 물론 조합원들을 대하는 안 조합장. 부실조합의 시련을 딛고 1등 조합을 향한 그의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안 조합장은 청주여고를 졸업하고 청남농협 문의지점장, 6대 청원군의회 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청주시정책자문단 자문위원,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 바르게살기운동 충청북도협의회 이사, 청원문화원 운영위원, 문의중학교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