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토 마사쯔구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사람과 물건, 정보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도 질적, 양적으로 다양한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인터넷이나 여행, 유학 등을 통해 서로에 대한 거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그 고유문화를 지키기 위한 경쟁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민들은 서로가 경쟁하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친다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세계에 대한 우리나라의 위상, 역사적 앙금, 영토 문제 등이 국민적 감정, 정치적 신념이나 국가적 신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국민들은 분열과 단결 사이에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국가 지도자의 역할은 국민들을 규합시켜 국가적 위기에 대비하는 데에 있다. 이때 인근 국가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가 극히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을 보면, 특히 과거 전쟁에 대한 책임,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대두 및 한반도 남북 갈등 등에 대해 대외적, 대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인데, 일본이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일본이 국내 분열을 극복하고 세계 속에서 책임 있는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대한 이해 심화와 양국 관계의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는 두리뭉실하고 심지어는 한국을 안 좋게 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그런지 한국에 대해 한걸음 물러서 있는 모양이다.

언론, 책,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에 관한 정보는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 몇 년 사이에는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들이 산견되는데, 앞서 말한 국민들의 분열과 단결 사이에서 답을 찾으려다 못해 남 탓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정작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저기서 그렇게 비하하는 말들은 진짜 그럴까?’, ‘TV나 인터넷에서 자주 보는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의 말들은 정말일까?’ 그리고 ‘한국의 지역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어떨까?’ 등등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를 TV나 인터넷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요컨대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단편적 지식, 예를 들어 정치인, 배우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보에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만, 한국 일반 사람들의 일상 그것도 개인적 생활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어떠한 고민들이 있고 그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예컨대 본인이나 자녀의 교육, 취업, 결혼, 돌봄 등등에 직면하는 일상적 삶의 모습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다. 그것에 대한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국의 교육이나 취업이라든지 육아, 돌봄 시스템 등에 대한 이해가 되고, 나아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 종합적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일본에 있어 한국에 대한 정보량은 많으나, 공감이 가고 납득이 가는 정보가 질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일본 사람에게는 한국 지역사회의 생활과제와 주민들에 의한 해결 노력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고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또한 양국 간에서 그 역사적, 현재적 아픔을 나누는 기반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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