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논설위원/신성대 교수)

▲ 신기원(논설위원/신성대 교수)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하여 회자되는 네 사람은 한국사회의 현실 및 우리네 인생사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시사한다. 먼저,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의 공통점은 박대통령의 관심과 사랑을 도에 넘치게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지나친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온갖 특혜와 특권을 많아 누렸다. 어떤 공무원은 나쁜 사람이라는 지청구까지 들어가면서 강제로 옷을 벗었는데 이들은 칭찬만 받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한결같이 국정농단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명확한 증거를 들이대야 마지못해 인정하고 있다. 이런 유사한 행태들이 ‘그들은 공모자구나’라는 의혹을 갖게 하고 ‘무언가 시나리오를 짜놓고 대응하는구나’라는 상상을 하게한다.
 공교롭게도 최순실을 제외한 세 사람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인 서울대학교를 졸업했고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상위 몇%의 두뇌를 가진 인재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법률적 지식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자기를 방어할 전략을 짰을 것이다. 특히 김기춘과 우병우는 청와대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검사출신으로서 검찰 내 인맥과 정보도 충분히 활용하였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최순실과 달리 최고의 학벌에다 가진 재산도 제법 있어서 남부럽지 않았을 세 사람이 마치 최순실의 하수인 같이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착각이라면 다행이지만 착각이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권력자와 권력 때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권력자의 눈에 들어서 보다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며 특권과 특혜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도자를 둔 부하라면 그에 걸맞게 노력하고 성과를 내서 평가받고 보상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가 그렇지 않다면 머리 좋고 눈치 빠른 수족들은 남보다 먼저 그 방법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적응할 것이다. 또한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이념이나 왜곡된 신념을 가진 이들도 출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사에게는 무조건적으로 충성을 하는 반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국민은 오로지 자기들을 위한 통치수단으로 존재하지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생각은 조종될 수 있고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가정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행태이다.
 시민들의 자각과 희생 그리고 투쟁을 통해서 권위주의체제가 붕괴되고 군사독재체제가 무너졌다고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는데 권력자 주변에서는 아직까지도 그 폐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니 나라꼴이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예전에 외국 언론이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과 같다는 식의 악평을 했었다. 현재 상황을 보면 그 쓰레기통을 정치권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국정혼란이 야기될 때마다 정치권의 개혁을 주장하지만 정작 조자룡의 칼을 그들이 쥐고 있다 보니 매번 공염불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은 한국사회의 미래와 관련하여 변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마련해줬다. 권력자는 어떠해야 탄핵을 당하지 않는지, 참모들은 어떤 처신을 해야 같이 망하지 않는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지나친 사익추구가 초래하는 말로는 얼마나 비참한지, 역천자는 망한다는 옛말처럼 국민들을 무시해서는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이라든지, 이미지정치로는 국난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과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의 정치를 해야 국가도 번영하고 국민도 행복하다는 것이라든가...
 현재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탄핵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결정시일과 관련하여 대통령변호인단이 보여주는 모습은 본인들의 자의적인 결정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 같은 의심을 갖게 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변호사들의 면면을 볼 때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변호사가 돈만 밝히는 직업도 아니고 영혼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네 사람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긍정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당사자를 비롯한 관련된 사람들의 각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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