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처음에 담배가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야작(야적)이라고 하는데 차에서 뗘서 창고에 부위별로 갖다 쌓아요. 그러곤 창고가 모자라서 마당에도 쌓고. 그라믄 인제 우리가 재조리를 하는 거요. 재조리실로 리어카로다가 남자들이 상엽을 실어오면 다이야에다가 양쪽에서 여자들이 그 담배 색 보는 사람들이 그걸 투입을 하는거요. 그라믄 인자 다섯이 1등, 2등, 3등, 4등, 5등까지 여자들이 양쪽에 붙어서 고르는거여. 창고 안에서. 그라면 인저 상에서 제일 좋은 거 뽑고 1등 뽑고 3등 뽑고 그러면 상에 있는 사람이 기술이 제일 좋은 거요.” (증평군 남하리에 거주하는 박수복씨의 구술 중에서)

 

담배 농사는 남편 없으면 어머니 혼자서는 해도, 어머니 없이는 하기 어렵다 할 만큼 여성의 노동력이 절대적이었다. ‘담배참(근무 중 담배를 피는 휴식시간)’ 중에도 짬을 내 아이를 돌보거나 가족들의 끼니를 챙겨야 했던 여성 노동자들. 충북 연초산업의 근간을 일궈온 그녀들의 삶을 책으로 만난다.

충북여성발전센터는 최근 연초 농가와 연초제조창에서 근무했던 충북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책 ‘충북여성생애구술사-연초 산업과 여성의 삶’을 발간했다.

지역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충북여성사 : 충북여성의 발자취(2012년)’, ‘충북여성인물사 : 새로운 길을 밝힌 여성들(2014년)’ 등을 발간해 온 충북여성발전센터가 세 번째로 펴낸 책이다.

집필을 맡았던 박혜영 전 연구개발팀장은 “충북여성 생애구술사의 시작에 불과한 작업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작업은 여성의 생애의 기록에서 시작된 지역 산업의 역사가 얼마나 방대하며 다양한지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야하는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사실들인지 깨닫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충북 여성들을 찾아내고 그녀들로부터 우리 산업 역사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감으로 충북 여성으로부터 시작되고 완성되는 궁극적인 충북 지역사와 여성 생애 구술사가 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은 8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충북 산업의 근대화’에서는 해방 전후 충북지역 산업 특성과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 2부 ‘연초의 이해’에서는 연초 산업과 담배에 대해 전반적으로 개괄하며 3부 ‘충청북도와 연초’에서는 한국 담배 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충북과 연초와의 인연을 살펴본다.

 

이어 4부 ‘연초산업의 전 과정 : 풀(草)에서 시작되는 공업’에서는 파종된 담배씨가 담배갑에 담긴 상품으로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며, 5부 ‘공간으로 기억되는 연초산업 : 청주연초제조창’에서는 충북 산업 근대화의 기틀을 이뤘고 지역민의 삶의 기반이 되었던 청주연초제조창을 돌아본다.

6부 ‘담배와 함께한 충북 여성의 삶’에서는 본격적으로 30~40년 간 연초 산업에 종사해 온 충북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를 들어 본다. 7부 ‘에필로그’에는 연구진의 후일담이 담겼고, 8부 ‘토론회’에는 지난해 12월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있었던 ‘지역 산업과 여성의 삶’ 토론회 내용이 실렸다.

전정애 소장은 “충북의 연초 산업에 초점을 맞춰 연초 농가와 연초제조창에서 근무했던 충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이를 통해 충북 여성들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했다”며 “무엇보다 다정한 미소로 맞아주시며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신 여섯 분의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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