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소비 40%선 붕괴…경기침체·청탁금지법 등 영향
자급률 38% 13년 만 최저…‘가성비’ 고려 품질 다변화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국내 한우 소비가 13년 만에 40% 선이 붕괴되면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한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외국산 수입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한우농가들이 운영난에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육우 및 돼지 부문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쇠고기 자급률 추정치는 37.7%다. 자급률은 우리나라의 쇠고기 총 소비량 가운데 국산 소비량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쇠고기 자급률 40%선 붕괴는 2003년(36.3%)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연구원은 쇠고기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날 경우 국산 쇠고기 자급률은 지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이후 자급률이 36~39%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36만2000t이다. 쇠고기 수입이 전면 자유화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때 ‘광우병 논란’으로 수입이 전면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두드러졌다.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이 지난해 11.5㎏(추정치)으로 전년(10.5㎏)보다 증가한 것도 저렴한 수입고기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반면 한우는 지난해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가격 상승은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 시점인 2012년을 기점으로 가격 폭락을 우려한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이고 정부가 암소 감축에 나서면서 한우 공급량이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송아지 생산에서 한우 고기로 출하하기까지 3년 가까이 걸리므로 사육 마릿수 감소의 여파는 2015년 말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한우 가격은 고공 행진을 했으며, ㎏당 평균 도매가격이 2만원에 육박한 적도 있다.

보고서는 올해 전국 평균 한우 도매가격이 ㎏당 1만7230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 정도 하락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비싼 편에 속한다.

여기에 지난해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한우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한우농가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내 쇠고기 시장이 수입산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품질의 고급화’에만 주력했던 그동안의 산업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가성비(가격대비 품질)’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값비싼 한우고기를 먹기 위해 지갑을 열 소비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보다 10년 앞서 쇠고기 수입 시장을 개방한 일본의 경우 국내에서 ‘와규(화우)’로 불리는 토종 소보다 ‘젖소’와 ‘화우’의 교잡종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년 넘게 유지된 ‘마블링’ 위주의 쇠고기 등급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현재 국내 쇠고기의 등급은 육질과 육량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육질은 마블링이라 불리는 근내지방도 위주로 평가되고 있다.

마블링이 좋다는 것은 고기 부위의 지방 함량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농가들은 소를 더 살찌우기 위해 사료를 더 많이 먹이고, 이로 인해 생산비도 치솟는다.

황명철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 팀장은 “우리나라는 한우 품질의 고급화를 위해 ‘혈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서 소 품종도 한우와 육우 등으로 국한돼 있다”며 “이제는 품질만을 앞세워 승부하는 전략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한우 사육 특성상 갑자기 산업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겠지만 수입고기와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지도록 국산 쇠고기 시장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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