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신한국당 경선 빗대 '신 9룡시대' 관측도

(동양일보) 범여권의 대권 레이스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초 대선판을 휩쓸었던 '반풍'(潘風·반기문 바람)이 사르러지자 그동안 몸을 바짝 낮추고 있던 잠룡들이 하나둘 고개를 치켜드는 모습이다.

새로운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국무총리 권한대행이 여전히 출마여부를 놓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최소한 12명에 달하는 주자들이 경선판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정진석·조경태·안상수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당 안팎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들까지 포함한 숫자다.

 

여기에 이미 출마선언을 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전국 각지의 민생현장을 누비고 있고,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오는 6일 출마를 예고하며 신발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이회창 이인제 이홍구 이수성 이한동 박찬종 최병렬 최형우 김덕룡 등 9룡이 맞붙었던 지난 1997년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경선 상황에 빗대 '신(新) 9룡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과연 이들이 야권 주자들에 대항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이다. 황 권한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부 한 자릿수 지지율은 커녕 아직 지지도 조사 대상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당장 조기대선 실시가 가시화하는 마당에 이들 '마이너리거'가 야권의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 등과 맞설 수 있는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더구나 '분위기'를 잡아줘야 할 당 지도부로서는 섣불리 경선체제에 돌입했다가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칠 것을 경계하며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자칫 새누리당의 대선 경쟁이 '잡룡(雜龍)들의 경쟁'으로 희화화할 수 있단 우려마저 나오는 이유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5일 "고만고만한 '자칭 잠룡'들끼리 승산 없어 보이는 싸움에 매달리는 모습에 한숨만 나온다"면서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그만큼 인재가 실종된 당의 현실만 고스란히 내보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일각에선 이들 군소주자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 제고를 통해 지자체장 재선을 노린다든지, 다음 국회의원에서 공천을 보장받으려는 '몸값 올리기'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신한국당 9룡' 가운데 일부가 실제 경선에 돌입하자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하며 자진 사퇴하고 합종연횡을 벌였던 것처럼, 황 권한대행의 등판이 확실시되면 이들 중 대다수가 자진 하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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