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수 <단양교육장>

 

교사의 첫 걸음을 1984년 매포중학교에서 시작하고 지금까지 33년 동안 단양에서 살고 있다.이젠 단양이 고향이다. 초임 체육 교사인 나는 사격을 지도했다. 남학생만으로 구성된 사격부는 합숙소에서 함께 생활 하면서 훈련을 했다. 자칫 사격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할까 봐 연습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영어, 수학교과 위주로 학습지도를 했다. 학생들이 중도에 사격을 그만 둔다면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 주려는 배려였다.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한 아내는 육개장과 카레라이스를 직접 해먹이면서 한창 크는 아이들 영양을 보충해 주었고, 합숙소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엄마의 정까지 채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따뜻한 응원을 보내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은 열심히 따라 줘, 각종대회에서 눈부신 결과를 얻었다.

이 때 지도한 학생 중에는 끝까지 운동선수의 길을 선택해서 국가대표에 발탁된 학생도 있다.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첫 제자가 있지만 오래도록 가슴 한쪽에 남아있는 제자는, 성공해서 멋진 길을 걸어가는 제자들보다는 아픔을 이기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일 것이다.

중원중학교 교감으로 부임함해 5월에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전화려니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머뭇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신규교사시절 매포중학교에서 사격을 지도하면서 만난 제자였는데,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가 나서 어린 아들에게 분유를 사 줄 돈도 없다면서 체면 없지만 은사님께서 돈을 좀 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통장에 있는 돈을 보니 50만원이 있었고, 그 돈을 몽땅 송금해 주었다. 한참 후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해 보니 전화도 받지 않았고 여러 곳에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소식이 없었다. 너무 어려운 상황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나는 충주에서 다시 단양으로 이동했고, 몇 년 후에 단성중학교 교장실로 건장한 청년이 들어왔다. 그 제자였다. 그 때 어린 아들이 중학생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선생님 돈을 꼭 돌려 드리려”고 왔단다. 애타는 심정으로 그의 안부를 기다리던 끝이라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입학하는 아들에게 책가방과 교복을 사주라는 말과 함께 다시 주었다.

시간에 쫓겨서 점심밥도 같이 못 먹고 돌아가는 제자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우쭐해졌는데, 교사시절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강조하던 인성교육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를 찾아오는 제자들은 “선생님은 공부만 가르치신 것이 아니고 저희들에게 사람이 바르게 자라야만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다면서 인성을 우선 지도 하셨어요. 그 덕분에 저희들은 자리를 잘 잡았고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며 나를 기쁘게 한다.

첫 발령부터 한 세대가 지난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면서까지 학생들을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으로 육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에는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에는 인성교육의무가 부여되고, 교원양성기관에서는 인성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 과목을 개설해서 교사자원을 교육해야 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학생을 교육해야 하고 교사들은 미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준비한다는 자세로 학생 개인의 지식중심의 성장보다는, 바른 인성의 중요함을 깨닫고 공동체와 더불어 능동적으로 협력하며 삶을 향유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인성교육을 하여야 한다. 교육은 인간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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