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정교과서 최종본에서 역사적 사실왜곡과 기초적인 오류가 무려 653건이나 발견돼 ‘부실교과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역사학자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연대회의’가 발표한 고등학교 교과서 <한국사> 한권에서만 나온 것이라니, 중학교 교과서 <역사1>, <역사2>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오류범위가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교육부가 이번에 공개한 최종본은 현장검토본에서 드러난 760여건을 한달동안 수정한 결과여서 44억원을 들여 만든 교과서가 고작 이 수준밖에 안되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고교 <한국사> 최종본 18쪽에는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신석기 문화는 시베리아의 북방 신석기 문화와 관계가 깊다. 특히 빗살무늬토기는 북방의 여러지역에서 나타나는 토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일제 관변학자들이 주장하고 한국고고학 초창기 시절에 통용되던 말”이라고 반박했다.
또 80쪽에 ‘후삼국통일이후 태조는 조세감면을 실시했다’는 내용도 ‘고려태조(왕건)가 조세감면을 한 것은 건국(918년)직후부터였기 때문에 틀린 내용“이라고 밝혔다.
212쪽에 임시정부는 김규식을 전권대사로 임명하고 파리위원부를 설치해 임시정부의 승인과 한국의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전개하도록 했다는 부분도 임시정부가 김규식을 외무총장으로 임명했고 김규식이 파리위원이기도 했지만 전권대사로 임명되었다는 자료, 임시정부의 승인을 위해 활동했다는 자료는 없기 때문에 추가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항일운동 관련도 일부 틀렸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을 소개하며 학생비밀결사인 성진회 등 광주지역의 학생운동조직이 큰 역할을 했다고 222쪽에 설명했으나 연대회의는 성진회는 1926년 조직됐다가 곧 자진해산했고 성진회의 후계조직인 독서회가 주도했다고 밝혔다.
역사학계가 우려했던대로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부정적 서술은 줄였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총지휘한 이승만에게 면죄부를 주기위해 261쪽에 ‘조병옥이 병사하자 이승만은 단독후보로 당선이 확실시됐다’고 기술했으나 연대회의는 “3·15부정선거계획은 조 후보 병사 훨씬 전인 1959년 12월에 내무부·경찰이 진행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264쪽에 ‘제5대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썼지만 이 선거는 관권동원, 밀가루 대량살포 등에도 불구하고 표차는 역대 선거중 가장 적은 15만표였다며 ’근소한 차이‘라는 말 정도는 넣어야 한다고 연대회의는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전체 오류 653개 중 대표사례 29개만 공개했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국·검정 혼용방침을 중단하고 검정교과서를 충실하게 만들 용의가 있다면 나머지 부분 공개는 물론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데 협조겠다고 밝혔다.
오류와 왜곡으로 점철된 국정교과서는 한마디로 불량품으로 이런 제품을 시중에 유통시킬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은 당연하다.
교육부는 하나의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며 국정교과서 정책을 추진해 놓고 이제와서 국·검정 혼용으로 바꿨다. 그것이 국회에 국정역사교과서 금지법이 발의됐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갈등과 혼란,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을 너무 많이 치렀다.
역사적 사실은 있는 그대로 기술하면 된다. 오류와 왜곡으로 가득 찬 교과서로 미래세대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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