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국토교통부가 갈수록 줄어드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지키기 위한 논리 개발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부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에 도로와 철도는 충분하다"며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해온 데 대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6일 "인프라의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효율성과 안정성 등 질적 측면도 함께 평가함으로써 합리적인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인프라 종합성능지수'를 개발하는 방안을 주력사업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도로와 철도 등의 SOC 투자를 계획할 때 주로 고려한 것은 총연장, 즉 SOC가 양적으로 얼마나 많이 건설됐느냐 하는 것이었다.

국가 주도 개발시대 이후부터 전국에 고르게 교통망을 확충하는 것이 우선순위였고 SOC의 유지보수나 개량보다는 시설을 새로 보급하는 데 주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총연장만 따지다 보니 SOC 투자에 대해 '이제는 충분한 것 아니냐'는 보수적인 기류가 나왔다.

기재부가 작년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면서 SOC 예산 삭감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기재부는 "주요 20개국(G20)의 국토면적당 연장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고속도로는 1위, 국도는 3위, 철도는 6위"라며 "2020년까지 SOC 예산을 연평균 6.0%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았다. 국토면적이 아니라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SOC 확충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훌쩍 밀려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올해 예산안을 짤 때 SOC 예산을 작년보다 8.2% 준 21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후 국회에서 22조1000억원으로 불어났지만 기재부 예산안은 2008년 19조6000억원 이후 9년 만에 최저수준이어서 건설업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국토부가 총연장과 같은 외형성장뿐 아니라 성능과 안전성, 친환경성 등 질적인 측면에서 SOC의 현황을 진단하고 투자 계획을 세우기 위한 평가 지수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SOC 연장이 길어도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작년 기준 통근·통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8분, 미국은 21분, 영국은 22분, 일본 40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8분이나 된다는 것이다.

외국에는 미국이 2012년 '교통성능 지수'(Transportation performance Index)를 개발해 SOC 예산 편성 등에 활용하고 있다.

최재성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국토 균형발전을 중시하다 보니 인구가 적은 지역에도 SOC가 많이 설치됐지만 수도권에서는 SOC가 많은 인구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SOC 계획을 세울 때 안정성이나 편리성, 친환경성 등 질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새 인프라 성능지수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벌여 연말까지는 개발을 마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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