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 한희송(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경제가 1차산업에서 2차산업으로 그 뿌리를 옮기자 교육문제가 당연한 듯 따라왔다. 농업에 관한 중세의 지식은 학문과는 그리 큰 연관을 가지지 못했다. 하나의 마을에서 농사와 관련된 판단은 나이가 많은 사람의 그것일수록 큰 신뢰를 확보했다. 그러나 공업에서 생산기계를 다루는 일은 공동체 내에서 나이든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지 않았다. 땅에서 식물을 재배하던 사람이 거대한 기계 앞에 섰을 때 느꼈던 당혹감은 민간에서 승계되는 농업지식처럼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태어나서 자라는 행위이외에 인위적인 교육이 필요한 사회적 계급은 귀족에 한정되어 왔었다. 그러나 유산계급이 아닌 일반 평민도 교육체계 안으로 편입되어야만 해결될 문제들이 2차산업에서는 상존했다. 일반인의 교육수준이 국가산업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가족구성원 내에서 공업에 필요한 지식을 아는 이는 없었다. 즉 국가는 그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지배의 대상이었던 일반국민을 교육시켜야 했다.      
  교육의 책임이 개인에서 국가나 지방정부로 이동하자 이는 당연히 교육시행과 교육내용 체계의 확립을 가져오게 했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가치설정은 아직도 국가발전을 위한 세포로서의 지위 이상을 부여하지 못했다. 일반 국민들에게 기계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기초지식을 확정하고 알려주는 행위는 오직 단체만이 할 수 있었다. 기초적인 수준의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며 간단한 사칙연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여 기계에 관한 지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이 개인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주어진 기간 안에 상명하달식의 수업을 통해 학습자들이 반복적 암기를 하는 것이 바로 근대교육의 기초시스템으로 확립되었다.
  근대에서 현대로의 이동은 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유통혁명이 제조업을 이끌고 운송체계와 물류산업이 산업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공업은 이로 인해 쇠퇴한 것이 아니라 더욱 그 개념을 심화했다. 기계를 만지는 일이 단순한 명령수행능력보다 더 높은 지식적 변화를 요구했다. 명령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능력 만으로서는 국가발전경쟁에서 앞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노동에 필요한 지식은 노동자의 가치를 지식노동자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이들을 길러내는 교육시스템과 그 수행과 관련된 제반사항에 대한 혁신을 요구했다. 산업경쟁력의 제고가 개인의 삶의 질을 동시에 보장하는 시대에 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변화의 시대가 겪는 고통을 일반적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적요소의 부재이다. 학습자를 가르쳐야 할 지도자들은 이전 시대의 교육시스템에서 거기에 필요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인 경우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시행할 수 없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이러한 측면은 강하게 나타난다. 둘째, 시스템의 부재이다.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이를 전수할 시스템이 없는 경우 교육을 시행할 방법이 없게 된다. 셋째, 시대의 갈등이다. 이전 시대에 익숙한 사회구성원들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지식을 자신들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일이다. 청소년에게는 사회체제를 했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그 형태에 관한 결정권이 없다. 권력을 쥐고 있는 어른들은 새로운 사회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국가를 포함한 사회단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세대간 갈등은 여기에서 당연하게 도출된다.
  지금 한국교육은 이 세 가지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모두 똑같이 지어진 교실에서 모두 똑같은 형태의 교실구성을 가지고 수업선택권이 없는 교사들이 역시 수업선택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과목과 그 학습시간까지 일률적으로 정해진 상태에서 정해진 진도를 이행한다. 교육내용을 학습자가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부차적인 사항이며 개인적인 능력에 관한 문제로 전락한다. 교사들의 학생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은 오히려 진도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 기초학습내용의 전달이라는 목표를 수행하는데 걸림돌들은 불행하게도 현대 교육이 추구해야할 구성요소들이다. 객관적인 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범위는 객관적인 측면으로 한정되어야만 지식은 그 깊이를 심화할 수 있다.
  학문의 내용과 인적요소까지 계량화하고 표준화하려는 성과주의자들이 아직 교육시스템을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다. 이 체계 속에서 청소년들은 그들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대신 컴퓨터게임을 익히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지식은 기존의 형식적 시스템에서 온전히 아이들이 감당할 몫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이 사고에 새로운 깨달음이 더해지지 않으면 사회의 손길이 먼 곳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이들과 학교 밖 아이들은 점점 더 지식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은 가난과 이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부터 먼 자리를 불보듯 뻔하게 계승하고 있다. 교육개혁이 우리 시대의 당면과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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