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탄핵’과 ‘졸속·억지탄핵’ 시비 속에 촛불시위와 애국 태극기집회 대결로 국민과 국론이 두 동강 났다.
촛불시위는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지만 태극기 집회는 탄핵기각이 ‘대한민국의 정상화’라고 주장, 결국 국론분열, 국민분열로 ‘탄핵국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설 연휴로 한 주 쉬었던 주말 서울 광화문 집회가 지난 4일 다시 시작됐다. 집회장 부근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를 비판하며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쳤다.
같은 날 서울광장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 반대를 외치며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탄핵정국은 언론의 조작 보도와 종북세력이 선동한 결과물이라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시작된 이 집회는 탄핵 소추 이후 규모가 늘어났고 4일에는 서울 대한문 앞 도로와 서울광장을 거의 채울 정도가 됐다. 주로 장·노년층들이다.
탄핵 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촛불집회로 야기된 탄핵정국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이한 셈이다.
현재의 국론분열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세력과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세력으로 양분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을 풍자하는 누드 그림 소동이 벌어진 이후 양측의 적개심은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마비된 상태에서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져 싸운다면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 탄핵소추로 보수 세력이나 이념이 몰락을 맞았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박 대통령이 보수 진영의 간판이었다는 점에서 그런 관측과 표현이 전혀 수긍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하거나 적절한 지적도 아니다.
박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한 부분이지 전체라고 볼 수 없는 데다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과 최씨 세력의 부정과 불법에서 비롯된 것이지 보수 진영 전체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보수, 진보 간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은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존사회를 위한 안전판이자 버팀목이다.
탄핵 이후 민심을 지켜봐야 한다거나 위기에 처한 보수층의 재결집할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관측도 무의미하다. 이보다는 참된 보수의 가치를 찾는 것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가짜 보수를 털어내고 진짜 보수를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사생결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대선 판세가 많이 기울었다고 하지만 국민의 40%는 여전히 보수를 자처한다.
이번 사태로 보수의 한 축이 허물어 진 것은 사실이다. 지금이 보수의 위기인 것은 맞지만 종말은 아니다. 보수 진영이 나라를 이끈다고 자처하려면 그 원인을 진단하고 고치려 노력해야 마땅하다. 진정한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내는 길이다.
사회는 건강한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가 균형을 잡을 때 안정적이고 멀리 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극단이 판을 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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