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창 충북도의회 도의원

 

2016년 9월 9일 구성된 충북도의회 항공정비산업점검특별위원회(이하 MRO특위)가 오는 2월 본회의에서의 활동결과보고서 채택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간 역대 도의회에서도 특위 구성은 수차례 있었으나 특정 주요현안 사업의 무산에 대한 점검 특위로는 첫 번째 사례다.

그렇다 보니 출발 과정부터 삐걱댔다. 특위구성을 논의하는 단계에서부터 ‘정치적 목적을 가진 특위’라는 식의 억측들이 나돌았으며,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끝끝내 동참하지 않아 반쪽짜리 특위가 된 점은 지금도 못내 아쉽다. 아무래도 도의회 다수당과 당적이 다른 도지사에 대한 정치공세로 보는 견해가 제기될 수 있긴 하나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MRO특위가 가진 대의명분 때문이다. 도민에게 약속한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부득이한 상황 변화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다면 지체 없이 저간의 사정을 소상히 설명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런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서 도출된 대의명분이 있는 한 MRO특위를 자신들의 유·불리에만 기초해 정치공세라며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충북도는 2009년부터 지역의 미래 100년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MRO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충북도의 MOU 파트너인 KAI와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014년과 2016년 차례로 이탈하며 사업 추진이 무산됐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그간에는 정상적으로 잘 추진돼 왔으나 기업체가 최종적으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한다. 도민들의 혈세가 이미 400억원 가량 투입된 시점에서 참으로 뱃속 편한 말이다. 더욱이 책임자인 경자청장의 경질 여론도 묵살됐다.

MRO특위의 시발점은 위와 같은 대의명분에 입각한 공분이었다. 수년 간 수백억원을 들인 사업이 거덜날 지경인데 누구 한명도 책임지지 않고 어느 누구도 제대로 따져 묻지 못한 선례를 남겨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필자는 부족한 능력임에도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여러 동료의원들과 함께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따지고 또 따져 물었다. 때로는 어르고 때로는 달래가며 집행부 관계관들과 힘겨루기를 해왔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결론은 자못 참담했다. 특위 소속 의원들은 여러 가지 여건 및 정황을 종합할 때 충북도가 대형항공기 위주로 MRO 유치를 추진하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향으로 사업을 끌고 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충북도가 MRO 업체 입주를 위해 마련한 에어로폴리스1지구는 협소한 면적,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항공법 등 관계 법령의 제약까지 더 해져 부지 활용성이 극히 낮았다.

특히 대형 항공기 이착륙을 위한 활주로 설계까지 감안하면 실제 가용면적은 전체 153㎢(4만6000평) 중 6000평에 불과해 아시아나 항공이 수익성을 위해 요구한 2.5베이(Bay) 이상의 항공정비창 설치가 불가능한 점은 경자청도 인정한 바 있다

에어로폴리스2지구 역시 부지를 횡단하는 충북선 복선화 사업계획을 국토교통부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사업 추진도 할 수 없으며 제1지구와 연계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 재원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것이 우리 충북도가 민선 4기부터 5․6기를 거쳐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룩한 결과물이다. 참담함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특위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위원장으로서의 소회를 묻는 도민들이 많다. 이 지면을 빌어 밝히자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도민들께 송구할 따름이다.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 의회 본연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필자를 포함한 도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라 MRO특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도의회가 집행부를 질책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 책임자로서 지금이라도 함께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MRO특위에서 제시한 에어로폴리스지구 전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 대안을 집행부 측에서 수용할 경우 도의회는 전폭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또한 MRO특위에서의 미진한 부분은 향후 행정사무 감사 등을 통해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는 한편 경자청 관계관들과의 협의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과정도 지속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갈등 속에서 출범한 MRO특위가 도의회와 집행부 간 협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필자 또한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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